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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가 22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 현장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소지한 혐의를 기소된 10대에 대해 처음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8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웨스트 카오룽 법원은 관련 혐의를 받던 10대 남학생에 대해 "경찰관에게 불편을 주고 눈을 다치게 하려는 것"이라며 고의적으로 공격용 무기를 소지한 혐의를 인정했다.
레이저 포인터 자체가 공격용 무기가 아니지만, 상황·의도에 따라서는 공격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위 참여자들은 그동안 경찰서 등 공공건물이나 경찰관에게 레이저 포인터를 비추는 방식으로 항의를 표출해왔다.
16살인 이 학생은 9월 21일 시위현장 부근에서 가방에 레이저 포인터와 우산, 등산용 지팡이를 비롯해 헬멧 등 보호장비를 지니고 있다가 경찰 검문에 적발됐다.
특히 우산은 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오도록 개조했고, 우산 안에 보관 중이던 등산용 지팡이는 손잡이를 제거해 금속 부분이 드러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우산은 망가진 것으로 햇볕을 가릴 용도였다는 학생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평화 집회에 참여할 의도였다면 보호장비를 소지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특히 레이저 포인터가 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법정은 이 학생을 소년 보호시설에 보낼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25일 형을 선고할 예정이다.
AP 통신은 이날 판결이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가 "홍콩에서 폭동 진압과 질서 회복은 여전히 홍콩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일이자 홍콩 행정, 입법, 사법 기관의 공동 책임"이라고 말한 뒤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제임스 토 의원은 법원의 엄격한 판결에 우려를 표하며, 경찰이 이 혐의 적용을 남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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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또 다른 홍콩 법정에서도 시위 현장 주변에서 곤봉을 소지하고 있다 검거된 대학생에 대해 6주 구류를 선고했다.
충칭(重慶) 출신으로 홍콩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이 학생은 7월 28일 셩완 지역에서 경찰 검문 중 곤봉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대학생은 공공장소에서 공격용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FP 통신은 홍콩 시위 과정에서 중국 본토 출신이 관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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