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 금리 급등…"장기추세 아니다"

입력 2019-11-10 08:41  

글로벌 채권 금리 급등…"장기추세 아니다"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약해진 탓
"저금리 기조 속 장기적 채권 강세 이어질 것"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최근 미국과 독일 등 주요 국가의 채권시장 금리가 두드러진 상승세(채권값 하락)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불안으로 세계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선진국 국채 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으로 이런 기류가 다소 반전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이런 추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기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 정책이 시장 금리 상승을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다.

◇ 주요국 국채 금리 급등 배경은
10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916%(종가 기준)로 전날보다 8.6bp(1bp=0.01%) 올랐다. 이는 올해 들어 최저치였던 9월 3일의 연 1.460%보다는 45.6bp 오른 수준이다.
지난 8월 이후 내내 1%대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2%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이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지난 7일 연 -0.239%로 전날보다 9.7bp 올랐다.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8월 15일의 연 -0.716%보다는 47.7bp 올랐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의 기초자산으로 쓰여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DLF 사태'를 불러왔던 탓에 최근 급등세가 주목된다.
이들 관련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3월 22일부터 마이너스(-)로 하락한 뒤 8월 들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0.2%대로 올라오면서 만기 금리 기준이 이보다 낮은 상품일 경우에는 원금과 함께 쿠폰 이자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달 10월 8일 연 0.330%였으나 한 달 만에 연 0.703%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 이들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이렇게 오른 것은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운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다소 잦아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미국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세계적인 경제성장률 둔화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유례없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자금이 안전자산인 국채에 쏠리자 금리 하락세가 더 가파르게 진행됐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인인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관세 철폐·연기 가능성을 높인 '1단계 합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당분간 연기돼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잦아들면서 유로존의 투자심리도 다소 회복됐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채권 금리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스몰딜(부분합의) 타결 기대 및 '노딜 브렉시트' 우려 완화, 달러 약세 등을 반영한 위험자산 선호(Risk on)로 글로벌 시장 금리가 상승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채권 강세 장기화"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세가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불안이 이어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가격의 강세(낮은 금리)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양국 간 핵심 문제에 관한 이견을 좁히기 어려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시장 금리가 일부 국가의 경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선반영해 반등했지만, 실제 기대만큼 경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리 상승분이 되돌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 낮아진 물가 압력이 구조적인 저금리 환경을 장기화하고 있다"며 "올해 채권이 고평가됐다는 인식으로 인해 당분간 '적정가치'를 찾는 국면이 있겠으나, 비싸다는 인식을 덜어낸 이후에는 시장금리 변동성이 안정되고 채권 매수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인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기술 진보 등은 저물가와 저금리를 고착화하는 구조적 요인"이라며 "이에 따라 자산(부동산 등) 인플레이션과 정책의 효용성 논란에도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이 과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다 함께 낮아진 기준금리와 추가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비중이 25%에 육박한다"며 "내년에는 통화정책의 여력이 크지 않아도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완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 저금리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완연한 경제 회복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정치 프레임이 금융시장의 잠재 리스크로 존재할 것"이라며 "또 경기 모멘텀의 본격적인 반등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 인하 및 자산매입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낮은 물가 환경에서 유동성 공급이 지속하면서 주요국 채권 금리는 명확한 방향성을 형성하지 않고 상·하단이 모두 제한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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