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망명 모랄레스 "투쟁 이어갈 것"…볼리비아는 혼돈 지속(종합)

입력 2019-11-13 07:04   수정 2019-11-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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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망명 모랄레스 "투쟁 이어갈 것"…볼리비아는 혼돈 지속(종합)
사임 이틀만에 멕시코 공군기 타고 망명지 도착…"멕시코가 내 목숨 구했다"
볼리비아는 여전히 권력 공백 상태…모랄레스 지지자 시위 이어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대선 부정 논란 속에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망명지인 멕시코에 도착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낮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내렸다.
사임 발표 이틀 만에 멕시코에 도착한 모랄레스는 푸른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채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는 도착 직후 기자들 앞에 서서 "내 목숨을 구해줬다"며 멕시코 정부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자신이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했음에도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볼리비아에서 자신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살아있는 한 정치를 계속하겠다. 살아있는 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해 14년 가까이 집권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달 대선에서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퇴진 압력이 거세지자 지난 10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주기구(OAS)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군 수장까지 나서서 퇴진을 종용하자 백기를 든 것이었다.
멕시코 정부는 모랄레스 퇴진이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그에게 망명을 제공하겠다고 말했고, 이를 받아들여 곧바로 모랄레스가 망명을 신청하면서 속전속결로 망명이 이뤄졌다.
멕시코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모랄레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임 후 첫날 밤'이라며, 허름해 보이는 곳의 바닥에 얇은 담요를 깔고 누워있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망명 여정도 쉽지 않았다. 볼리비아 정부가 처음에 멕시코 공군기 진입을 막고 일부 국가들도 영공 통과를 바로 허용하지 않아 멕시코 도착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날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함께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전 부통령, 그리고 모랄레스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가족이 함께 도착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공항의 옛 대통령기 전용 계류장까지 가서 이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모랄레스에게 망명을 제안하라는 지시를 자신이 직접 내렸다고 밝혔다.
좌파 지도자인 모랄레스의 망명을 허용하는 것이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에브라르드 장관은 "미국과의 관계는 최근 몇 년 새 가장 좋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14년을 이끈 지도자가 쫓기듯 외국으로 간 볼리비아는 극심한 혼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수도 라파스 등 볼리비아 곳곳에서는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군의 통제로 방화나 약탈 등 소요사태는 다소 진정된 상태다. AP통신은 지지자들의 시위가 대체로 평화적이었다고 전했다.
모랄레스를 이을 대통령 권한대행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헌법에 정해진 승계자인 부통령과 상하원 의장도 줄줄이 사퇴한 상태다.
이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을 대통령 대행으로 추대할 예정이었으나 다수 여당 사회주의운동(MAS)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회의를 열지도 못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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