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전 터키 경호원 폭력 사태 재발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3일 18개월 만에 다시 워싱턴을 방문함에 따라 워싱턴DC의 경찰과 국무부, 백악관 경호실 등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 워싱턴 방문 시 터키 측 경호원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에 반대하는 현지 시위대는 물론 미국 측 보안요원들에까지 무차별 폭력을 행사해 이들이 미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워싱턴 방문에는 18개월 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항의 시위대가 등장할 예정이어서 보안당국이 폭력 사태 재발 방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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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비밀해제된 국무부 문서에서 지난 2017년 에르도안 대통령 미국 방문 시 워싱턴 소재 터키 대사관 주변에서 벌어진 터키 측 경호원들의 무차별 폭력 사태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폭력 사태로 백악관 경호 요원 6명과 국무부 직원 2명, 그리고 워싱턴 DC 경찰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부상은 터키 대통령 경호원들로부터 무차별 구타를 당한 여성과 아동 및 노약자 등이 포함된 민간인 시위대로 터키 측 경호원과 에르도안 지지자들로부터 발길질 등을 당한 일부 시위대는 당시 입은 뇌 부상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에르도안의 이번 워싱턴 방문은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항의 시위에 직면할 전망이다.
미국계 쿠르드족 출신이 주류였던 이전 항의 시위대와는 달리 이번 시위대는 쿠르드계는 물론 아르메니아계 미국인과 에르도안 정권에 반대하는 터키 반체제인사 등 터키 내 소수민족계가 대거 참여해 에르도안의 '워싱턴 귀환'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들은 에르도안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을 비롯, 터키의 시리아 침공, 트럼프 미 행정부의 에르도안 정권 지지, 그리고 2017년 터키 측 경호원 폭력 사태 주모자들이 미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데 대해 강력 항의할 예정이다.
당시 영상에 따르면 터키 대사관이 위치한 워싱턴 중심부 셰리던 서클 지역에서 터키 경호원들에 의한 무차별 폭력 사태가 벌어졌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항의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터키 내 가족들은 이후 터키 당국으로부터 지속해서 위협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폭력 사태와 관련, 15명의 터키 보안요원들을 포함해 19명이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됐으나 2018년 봄 아무런 공식 설명 없이 11명의 터키 보안요원에 대한 기소가 기각됐다. 현재 20명의 시위대 피해자들이 터키 정부를 상대로 2건의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시위피해자 소송 변호인들의 요구에 따라 공개된 당시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 일행이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공항 내 안전절차를 둘러싸고 미-터키 보안요원 간에 긴장이 조성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터키 요원들은 차내에 머무르라는 미국 측 요원들의 지시를 묵살한 채 차 밖으로 뛰쳐나와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측 보안요원들은 미 당국에 구금됐다 1시간 반 만에 풀려나 터키로 귀국했으며 이 과정에 워싱턴 주재 터키 대사가 국무부에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번 에르도안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 2017년 폭력 사태 당시 요원들이 다시금 수행할 경우 미 당국이 어떤 조처를 할지는 불분명하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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