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제언했다.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 근방에 있을 수 있겠다"고 진단하면서 내놓은 처방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513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으로 편성한 것에 대해서는 "대내외의 수요위축에 대응해 재정의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본다"며 옳은 방향으로 평가했다. 적자 국채가 일부 늘어나더라도 지금처럼 민간 활력이 떨어졌을 때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입장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재정 확대 주문과 맥을 같이 한다. KDI의 이런 진단은 올해 들어 재정수지 적자 폭이 큰 폭으로 늘었고, 일부 야당이 예산 대폭 삭감의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KDI는 우리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0%, 내년에는 2.3%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둘 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잠재성장률(2.5∼2.6%)보다 낮다. 실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경제정책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 성장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급락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갈등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 요인 탓이 크다. 대외 불확실성의 여파로 성장 기여도가 높았던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덩달아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특히 올해 급격한 수출 감소는 지난해 전체 수출의 20%를 웃돌았던 반도체의 국제가격 급락도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경직된 일부 정책들이 경기 하강기에 맞물려 경제활력 제고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급락하던 경기종합지수가 최근 하락을 멈추고 경제 관련 심리지수도 미약하게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일자리가 3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다. KDI가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저점 근방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망에는 전제가 있다. 앞에서 말한 대외 불확실성 위험이 커지거나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오르면 우리 경제는 더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빠르게 저점을 지나 반등할 수 있도록 정부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긍정의 시너지를 모아가야 할 때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의 기여도가 크고, 경기 선순환 사이클의 출발점인 민간 투자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KDI 제언대로 식어가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 운용이나 금리 인하의 큰 방향은 맞다. 다만, 확장적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재정으로 풀린 돈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짜였는지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회의 몫이다.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데 맞춤형으로 쓰인다면 경기회복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방만하게 쓰이면 독이 될 수 있다. 비효율적 재정지출 확대가 기업의 투자 위축을 부른다는 이른바 '구축 효과'는 늘 경계해야 한다. 초저출산·고령사회를 지나는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단계적으로 재정적자 폭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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