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성공 허인 행장 "'리브M'은 비금융사업에 발 들인 것"
"글로벌화, 규모있는 회사에 새로 투자하거나 아예 인수도 고려"
저금리·저성장 국면서 은행들도 이익 하락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최근 연임에 성공한 허인 KB국민은행장은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디지털화에 대해 "기본을 닦은 수준으로, 아직 못한 게 굉장히 많이 있다"며 "내년에 훨씬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그동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얼마나 했느냐 측면에서 본다면 60%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 행장은 지난 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행장으로 재선임됐다. 임기는 1년이다.
허 행장은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지금이 아니라 10년, 20년 후에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워낙 변화가 많고 어려운 시기에 경영의 일관성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돼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디지털 전환, 글로벌화, 생산 효율성 향상 등 3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선 가장 유의미한 사업으로 알뜰폰 '리브(Liiv) M'을 꼽았다.
허 행장은 "그동안 비(非)금융 사업자가 금융사업으로 넓혀오는 것만 봤지만 (이번에) 금융회사가 비금융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이라며 "통신사업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더 잘 이해하려면 다양한 데이터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자생적 성장과 함께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 등 투트랙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행장은 "이미 진출한 지역에서는 기존에 해온 기업금융뿐만 아니라 투자은행(IB)이나 자본시장 비중을 늘릴 것"이라며 "우리와 가치가 맞고 규모도 있는 회사에 새로 투자하거나 아예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글로벌 진출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업무의 효율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대외 환경이 만만치는 않다. 재임 기간 호실적으로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그이지만,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은행들에도 이익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허 행장은 "지금 KB를 비롯해 금융사가 사업을 잘해서 이익이 늘어난 게 아니다"며 "실적의 구조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자 이익이나 대출 의존도가 떨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은 내려가고 있고, 사업 규모를 무제한으로 늘릴 수도 없는 것"이라며 "고객들의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식어있어 상품 수수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충당금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쌓고 있지만, 기업들 사정이 악화하면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익이 늘지 않는 구조에서 충당금 적립이 증가하면 그만큼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허 행장은 올해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이 평균 7∼8bp(1bp=0.01%) 감소한 점을 언급하며, 내년에는 하락 폭이 더 클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썩 활발한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에 맞춰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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