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구호단체 '하얀헬멧' 설립자 사망 수사 착수

입력 2019-11-13 19:02  

터키, 시리아구호단체 '하얀헬멧' 설립자 사망 수사 착수
르 메슈리어 아내 "남편이 수면제와 정신질환 약물 복용"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 당국이 이스탄불의 자택 인근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하얀헬멧' 설립자 제임스 르 메슈리어의 사망과 관련해 진상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하얀헬멧은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부상한 주민을 구해온 민간구호 단체다.
알리 예를리카야 이스탄불 주지사는 1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검·경이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르 메슈리어는 지난 11일 오전 4시 30분께 이스탄불 베이오을루 구(區)에 있는 자택 겸 사무실 인근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머리와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고,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터키 경찰에 따르면 르 메슈리어의 아내는 남편이 최근 스트레스성 장애로 수면제와 정신질환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르 메슈리어의 시신을 부검했으나,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어도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국적인 르 메슈리어는 2013년 하얀헬멧을 설립했으며 2016년 시리아 내전 구조 활동에 이바지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서 '대영제국 장교 훈장'을 받았다.
하얀헬멧의 자원봉사자 교육을 담당하는 '메이데이 레스큐'를 만든 그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에 대항하는 시리아 반군 지역을 중심으로 수많은 구조 활동을 벌였다.
공습과 테러 현장에서 수천 명이 넘는 민간인을 구조한 하얀헬멧은 그 공로로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이란 등은 하얀헬멧이 공공연히 테러 단체를 돕는다고 비난했다.
특히 러시아는 하얀헬멧이 서방 정보기관들과 관련됐고, 르 메슈리어는 영국 정부의 특수요원이라고 주장한다.
톰 투건핫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시리아에서 인권을 지키기 위한 그의 영웅적인 업적으로 많은 사람이 적으로 됐다"라며 "러시아는 그가 테러 조직과 관련됐다고 여러 차례 비난했다"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익명의 시리아 전문가를 인용해 "르 메슈리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에 시달렸으며, 그 결과 표적이 됐다"라고 전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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