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창당 계획으로 '갈등의 정치' 우려 급속 확산

입력 2019-11-14 04:43  

브라질 보우소나루 창당 계획으로 '갈등의 정치' 우려 급속 확산
룰라와 대결구도 형성 전략 해석…정치권에선 "전례없는 일" 비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집권당인 사회자유당(PSL)을 탈당하고 창당을 선언하면서 정치권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탈당·창당 발표가 이른바 '정치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표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석방 직후에 이뤄진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룰라 전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형성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사회자유당 내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협의를 마치고 나서 탈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0명 안팎으로 예상되는 사회자유당 탈당 의원들과 함께 창당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을 위한 동맹(APB)'이라는 신당의 당명도 언론에 공개됐다.
정치권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집권당 탈당과 창당 계획을 '전례 없는 일'이라며 비판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현직 대통령이 당적을 바꾸는 데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다.
선거법상 사회자유당 소속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당적을 바꿨다고 해서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치 생활을 시작한 이래 1989년부터 지금까지 8개 정당에서 활동했으며 2018년 대선을 앞두고 입당한 사회자유당 당적을 유지해 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당 운영방식과 전략, 지난해 연방의원 선거를 둘러싼 자금 유용 논란, 내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 등을 둘러싸고 사회자유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어왔으며, 이후 당적 변경·창당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53명의 하원의원을 보유한 사회자유당은 현재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비바르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양분된 상태다.



룰라 전 대통령이 속한 노동자당(PT)을 비롯한 좌파 진영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지방선거 참패, 2018년 대선 패배 등을 거치며 위축된 노동자당은 내년 지방선거와 2022년 대선을 통해 정권을 되찾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다른 좌파 정당들과 연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중도 정당과의 제휴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反) 보우소나루 연대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정치권은 조만간 이루어질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 캐러밴'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전국 주요 도시를 찾아가는 정치 캐러밴을 통해 보우소나루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룰라의 정치 캐러밴이 이어지는 동안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룰라와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대중시위가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분간 무소속 상태가 되며 이에 따라 국정운영에 난맥상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여당 역할을 해온 사회자유당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사회자유당은 하원의장과 상원의장을 보유한 중도우파 민주당(DEM)과 통합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탈당·창당 결정이 정치권의 판세를 흔들고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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