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정책 공조 방안은…국민경제자문회의 국제콘퍼런스
"다자간 기구 향후 도움 될 것" vs "한중일 외교관계 보면 의문"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에서 회복한 한·중·일 3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경험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회복 국면에서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승현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단장은 14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19 국민경제자문회의 국제콘퍼런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홍 단장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각각 회복 양상에서 차이점이 발견된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 금융 위기가 아시아 지역의 정책 틀을 근본적으로 개선, 외부 충격에 대처하는 정책 조합의 유연성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10년 뒤 세계 금융 위기 상황에서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 금융 위기 이전 회원국의 정책은 대부분 전통적인 수요 측면이나 공급 측면의 리스크에 집중했다"며 "하지만 이후 금융시장, 자금 흐름 등에 집중했고, 유사한 시장 간의 전염성에 주목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1997년 이후 제도적 환경과 개방성이 강화하면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본 흐름이 더 빨리 회복됐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낮은 자금 조달 비용으로 투자와 소비가 촉진되면서 수출보다는 내수로 회복 동력이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금융위기는 위기 관리와 해결을 위한 지역 금융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했고, 이는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에서 다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로 이어졌다. 독립적 거시 경제 감시 기구인 AMRO 창설로도 이어진 바 있다.
이러한 역내 기구가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홍 단장의 설명이다.
홍 단장은 최근 상황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 동력이었던 내수가 침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기업 심리가 상당히 위축되고 수출도 침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술, 인구구성 요소 등 역내 강점을 활용해 상호 간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저축-투자 격차, 외환 보유 격차, 인프라 등 요소 격차 등이 역내 제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홍 단장은 "지역의 핵심 강점을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경제로 향하는 지역의 제약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 아세안 서비스기본협정(AFAS) 등 다자간 기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문우식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경험과 한-아세안 정책 공조'를 주제로 발표하며 다자적인 접근법에 의구심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오늘날 한·중·일 외교관계를 보면 아세안+3와 같은 다자적인 접근이 유용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의 협력은 양자적인 성격을 지니게 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어 "다만 한국 측면에서 아세안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고 향후 중요한 수출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환율의 안정성은 한국과 아세안 국가에 큰 도전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아시아 통화는 국제통화가 아니므로 글로벌 시장에서 환전을 할 수없다"며 "일부 아세안 국가에서만이라도 원화를 무역 결제 통화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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