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점심 시위' 전역으로 확대…모처럼 평화 시위

입력 2019-11-15 17:54  

홍콩 '점심 시위' 전역으로 확대…모처럼 평화 시위
센트럴·코즈웨이베이·타이쿠·웡축항 등 동시 전개
시위 사태 충돌 격화에 "폭력 자제해야" 목소리 커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15일 오후 홍콩 전역에서 '점심 시위'가 전개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에서는 수백 명의 직장인들이 모여 '런치 위드 유(함께 점심 먹어요) 시위'로 불리는 대낮 도심 시위를 나흘째 벌였다.
이는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가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 8일 숨지고, 지난 11일에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21살 학생이 쓰러진 것에 격분해 자발적으로 벌어진 시위이다.
전날까지 이 점심 시위는 센트럴을 중심으로 전개됐으나, 이날은 타이쿠, 코즈웨이베이, 웡축항 등 홍콩 곳곳에서 동시에 전개됐다.
이들 시위 현장에는 각각 수백 명의 직장인이 모여 오른손을 들고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면서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센트럴 시위에 참여한 윌슨(30) 씨는 "정부는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시위대와 우리를 이간질하려고 노력하지만, 우리는 하나"라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경찰의 폭력을 용인했다는 데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센트럴 시위에서 두드러진 점은 검은 상의와 검은 하의, 검은 마스크 등으로 구별되는 과격 시위대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홍콩 시위대가 즐겨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는 이날을 '휴식의 날'로 정하고 과격 시위를 삼가자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홍콩 시위대는 보도블록, 바리케이드 등으로 봉쇄했던 톨로 고속도로를 60시간 만에 부분 개방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는 이달 들어 시위 사태가 격화하면서 시위대와 친중파 주민 양쪽의 인명 피해가 커지자 '폭력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11일 홍콩 마온산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한 남성과 언쟁을 벌이다가 남성의 몸에 휘발성 액체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남성은 신체의 40%에 화상을 입어 아직 위중한 상태이다.
이어 13일에는 틴수이와이 지역에서 시위 현장에 있던 15세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같은 날 성수이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대와 주민 간 충돌에서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보이는 벽돌에 머리를 다친 70세 환경미화원 노인은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전날 밤 사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해외 순방 중 이례적으로 홍콩 시위의 폭력 종식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중국 정부가 무력개입 등 한층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센트럴 시위 현장에서는 한 여성이 시위대가 경찰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 위에 흩뿌려 놓은 벽돌을 치우려다가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여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대가 벽돌을 도로 위에 높을 권리가 있다면 나는 이것을 치울 권리가 있다"며 "시위는 너무 과격해졌으며, 일반 서민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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