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중국판 출간 후 베이징서 독자와 대화
"젠더감수성 많이 변했다…나도 예전에 쓴 소설 보면 부끄러워"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여자 아이돌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했더니 악플이 달렸다. 하지만 남자 아이돌이 이 책을 읽었다고 했을 때는 그런 공격을 받지 않았다. 왜 그런 건가?"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가 16일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중국 독자들을 만났을 때 사회자나 객석의 청중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작가는 소비 방식의 차이에 주목했다. 그는 "남자 아이돌을 뮤지션이나 아이돌로 보고 좋아한다면, 여자 아이돌은 인형 같이 본다. 내가 (여자 아이돌을) 선택하고 평가하지 (여자 아이돌이) 선택하고 의사 표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내가 책을 쓰게 만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서 "어리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자기만의 가치관을 주장하고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것이 아닐까?"하고 반문했다.
그는 아이돌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언어에 대해 신뢰를 덜 하고 무게를 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나 '멜로가 체질' 등 한국 드라마에서 남녀 차별 문제가 많이 눈에 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작가는 "젠더 감수성이 많이 변했고 드라마에도 반영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나도 예전에 썼던 소설을 다시 보면 '내가 이런 표현을 썼다니' 하고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가치관이 하루하루 달라지고, 나도 거기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독자는 중국 차량호출 서비스 디디가 저녁 8시 이후 여성의 합승 서비스를 금지한 것에 분노했다면서 조언을 구했다. 지난해 디디 합승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이 기사로부터 성폭행당하고 살해당했었다.
작가는 "학교 폭력이나 여성 폭력 같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문제를 제기한 목소리를 덮어 가장 쉽게 해결하려 하지만 그것이 해결 방법이 아니란 것을 모두 안다"면서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열심히 댓글도 달고 적은 금액도 기부하고 집회에도 나가려 한다. 내 주변을 응원하면 그 응원은 결국 나한테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82년생 김지영'이 소설답냐 아니냐는 말이 있었지만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지 '이책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소설은 유연한 장르가 아닐까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며 거기에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기록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다. 목소리를 갖지 않은 사람들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중국에서 지난 9월 출간됐다. 온라인 서점 당당에서 한때 신간소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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