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법원, 독직폭행 치사 혐의 경찰에 징역 12년 선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마약 피의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이탈리아 경찰관들이 사건 발생 10년 만에 법적 단죄를 받았다.
17일(현지시간) 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법원은 최근 독직폭행 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탈리아 국가 헌병(카라비니에리) 2명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국방부 소속의 군인으로 구성된 이탈리아의 카라비니에리는 치안 유지, 강력 범죄 수사 등 민간 경찰 역할까지 하는 이른바 특수경찰대다.
이들은 2009년 10월 당시 31세의 마약 용의자 스테파노 쿠키를 체포, 범행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쿠키는 폭행을 당한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일주일 만에 숨졌다.
이들은 당시 자신들의 폭력 행사 사실을 은폐했고, 쿠키는 단순 사망으로 처리됐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이 사건은 수사관들의 폭력 행사 가능성을 의심한 유족들이 10년간 끈질기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 사건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카라비니에리 관계자들의 조직적인 방해가 있었으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가해자들의 동료 수사관이 당시 신문 과정에서 폭력이 있었다고 고백하며 사건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키의 누이인 일라리아 쿠키는 이번 선고와 관련해 "스테파노는 살해됐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이를 주장해왔다"며 "인제야 쿠키가 평안하게 잠들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동료의 범행을 세상에 폭로하며 진상 규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수사관도 "악몽이 드디어 끝났다"며 홀가분한 심정을 드러냈다.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작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족을 향해 "역겹다.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가혹하게 공격한 데 대해선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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