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 연기 발표 후 10시간만에 트윗…비핵화 협상 재가동 압박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후 한달 이상 침묵 깨…"빨리 행동해야"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자고 독려했다.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가 전격 발표된지 10시간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트윗을 올려 비핵화 협상 진전에 대한 강한 의지 피력과 함께 김 위원장의 호응을 촉구한 셈이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셈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지만 실무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특유의 '케미', '톱다운' 방식을 통해 상황 변화를 꾀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기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곧 보자!"라고 적어 3차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도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스웨덴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과의 협상이나 대화 재개에 대해 침묵해 왔다. 따라서 이날 트윗은 스톡홀름 결렬 이후 김 위원장에게 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첫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북미 정상은 지난 6월말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 재개를 합의했지만 한미연합훈련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인 끝에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어렵사리 실무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은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며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비핵화 실무협상을 본궤도로 다시 올린 뒤 3차 정상회담으로 연결시켜 결론을 보자는 제안을 담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이날 트윗은 한미 국방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만나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10시간만에 올라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며 연합공중훈련을 고리로 미국을 맹비난했다.
북한은 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자 14일 담화에서 "조미(북미)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결국 연합훈련 연기 결정이 한미 양국 대통령의 결심이 없다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담화에서 미국으로부터 다음 달 협상 재개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근본적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다. 제재 완화나 체제 보장 등 의제에 대해 미국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더욱이 북한은 이날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발해 북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문제가 대화 의제야 올라야 핵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압박한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김 위원장에게 성의를 보였으니 북한 역시 화답에 나서라는 촉구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스퍼 장관도 훈련 연기 배경을 설명하면서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며 "북한은 역시 연습과 훈련 그리고 (미사일)시험을 시행하는 결정에 있어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입장차가 있더라도 일단 실무협상 테이블을 재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대선 일정에 대비하고 국내적으로 탄핵조사를 받으며 궁지에 몰린 상황 타개를 위해서도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의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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