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 관광객 폭발적 증가…해마다 '동방경제포럼' 열려
과거 독립투사 항일운동 거점…지금은 '신북방정책' 핵심 요충지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 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백발의 운전기사는 한국에서 왔다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연합뉴스는 2010년 이후 9년 만인 올해 11월 블라디보스토크에 특파원을 파견했다. 낯선 현지에 부임해 18일 첫 업무를 시작하면서 접한 백발 러시아인의 미소는 러시아인들이 무뚝뚝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순간에 깰 수 있게 해줬다.
과거 화물선 승무원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한 택시기사는 "한국인들이 관광하러 블라디보스토크를 많이 찾아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관광객으로 많이 왔지만, 지금은 한국 사람이 제일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택시기사의 말대로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도심 거리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음식점이나 호프집은 물론 조그만 상점 안팎에서 한국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관광 붐 현상은 작년 한 해 연해주 방문객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해주정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블라디보스토크가 속한 연해주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숫자는 22만명이었다. 이는 5만명에 불과했던 2016년에 비하면 4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저가 항공사들의 잇따른 취항과 비자면제협정 발효 등이 한국인 관광객 증가를 이끈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해주정부 관계자는 "관광객 증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1월∼6월) 방문객 숫자도 이미 12만명을 넘어섰다"며 한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도시 중심가인 포킨제독 거리(아르바트 거리)에 늘어선 음식점과 상점 등에서도 쉽게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이 거리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맛집과 매장들이 즐비하다.
이곳의 유명 음식점들은 물밀 듯 밀려드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한글로 된 메뉴판까지 따로 마련해뒀다. 러시아어 밑에 한글이 적힌 간판을 동시에 내건 일반 상점들도 많았다.
도시 중심가가 아닌 외곽 지역에서도 한글이 적힌 간판이 손쉽게 눈에 띄었다.
심지어 주말이면 도심의 유명 클럽 내부가 젊은 한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고 여행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귀띔했다.
도시 전체가 새로운 관광 도시로 완전히 변모한 데는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한몫했다.
러시아 중앙정부는 극동지역 수도 역할을 하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지역 개발의 중심지로 삼기 위해 매년 이곳에서 '동방경제포럼'을 개최하는 등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한국의 이해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신북방정책'을 세계인들에게 천명한 바 있다.
러시아에 이른바 '9개의 다리'(조선·항만·북극항로·가스·철도·전력·일자리·농업·수산)를 기반으로 한 경제협력을 추진, 동북아 지역의 발전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유라시아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의 신북방정책에 있어서 핵심 요충지다.
한·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 등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블라디보스토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 수많은 의병과 독립지사들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항일운동에 나섰다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전명수 블라디보스토크 국립 경제서비스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언론을 통해 전달된 러시아의 모습은 단순히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 외교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에게 있어서 역사적으로나 경제·지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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