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분리주의 상징물 철거하라는 스페인 선관위의 지시 거부
스페인-카탈루냐, 분리독립 놓고 갈등 다시 격화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과 반목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스페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 상징물 철거 지시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18일(현지시간)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 등에 따르면 킴 토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바르셀로나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공공건물에서 분리독립진영의 상징물과 정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스페인 선관위의 지시를 거부한 자신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토라 수반은 이날 법정에서 "나는 선관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다르게 표현하면 불복종을 한 것"이라면서 스페인 선관위는 상징물을 철거하라고 자신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다가 투옥된 분리주의 진영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의미로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청사에 내걸린 노란 리본 등의 상징물에 대해 "정치 선전물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스페인 검찰은 토라 수반이 스페인 선관위의 결정을 거부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토라는 이를 반박하면서 스페인 검찰의 기소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부를 '정치범'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토라는 지난 3월 스페인 선관위가 총선을 앞두고 자치정부 청사 등 공공건물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진영의 상징물과 구호가 적힌 현판과 노란 리본 등을 철거하라고 요구했지만 이에 불응한 혐의로 지난 7월 기소됐다.
카탈루냐 독립주의자인 토라는 스페인 선관위의 거듭된 요구에도 바르셀로나 도심의 카탈루냐 자치정부 청사 건물 외벽의 '정치범과 망명자에게 자유를'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스페인 당국에 의해 구속수감된 카탈루냐 독립진영 정치인들을 생각하는 의미의 노란색 리본을 그대로 뒀다.
결국 선관위가 지난 4월 28일 총선 직전 경찰을 동원해 강제 철거 방침을 밝히자 카탈루냐 자치정부 측은 정치적 상징물들을 뒤늦게 철거했다.
스페인 검찰은 이날 킴 토라 수반에게 3만 유로(4천만원 상당)의 벌금형과 20개월의 공직수행 금지 처분을 구형했다.
법원이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여 이 형이 스페인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토라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 들어 다시 급격히 심화하는 양상이다.
스페인 대법원이 지난달 14일 2017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다가 투옥된 자치정부의 전 지도부 9명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하자 이들의 석방과 카탈루냐의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카탈루냐 일원에서 격화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킴 토라가 이끄는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이런 기류에 따라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재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페인 정부와 사법부는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 자체가 위헌이므로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양측의 충돌이 예상된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