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에서 19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가 국회의 주변 도로를 점거하면서 의회 회기가 연기됐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 수백명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국회 건물과 연결된 모든 도로를 차단하고 기득권 정치인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시위대에 막혀 국회에 진입하지 못했고 한 의원의 경호원들은 시위대를 뚫으려고 공중에 총을 발사하기도 했다고 AP가 전했다.
시위대는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과 실랑이도 벌였다.
결국 국회는 보안을 이유로 회기를 연기한다고 발표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새로운 승리'라며 환호했다.
레바논 국회는 이날 회기를 열어 산하 위원회 위원들을 재선출하고 수감자 수백명을 석방하는 사면법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일부 시위대는 부패한 정치인들이 이 사면법으로 기소를 피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레바논에서는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위가 시작됐고 막대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 등 경제난에 화가 난 민심이 폭발했다.
사드 하리리 전 총리가 지난달 29일 사퇴를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정치권의 전면적 쇄신과 전문 기술관료들로 구성된 새 내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레바논 주요 정파들은 모하메드 사파디 전 재무장관을 새 총리로 내정했지만 그는 지난 16일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위대는 사파디 전 장관도 부패한 정치인이라며 총리 내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18개 종파가 복잡하게 얽힌 레바논은 종파 간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기독교계 마론파가 대통령을 맡고, 총리와 국회의장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가 담당하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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