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미래 미리본다…中 '현대판 점쟁이' DNA검사 시장 급성장

입력 2019-11-20 11:13  

아기 미래 미리본다…中 '현대판 점쟁이' DNA검사 시장 급성장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크리스 정은 2017년 태어난 지 수개월 된 딸 살리바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딸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었던 그는 딸이 저명한 교수나 의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단서를 DNA 검사에서 찾고 싶어서다.
그러나 정의 계획은 DNA 분석 결과가 나온 후 바뀌었다.
검사 결과는 딸이 음악과 수학, 스포츠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세부사항을 기억하는 재능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정은 이후 딸이 커가면서 DNA 검사에서 드러난 재능을 계발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많은 것들을 기억해야 하는 일에서는 멀어지도록 했다.
정은 "원래 딸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가 되길 바랐지만, DNA 검사 결과 마음을 바꾸었다"면서 "전문직 종사자가 되려면 많은 것들을 외워야 하는데 딸은 그런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유전자 검사는 홍콩 최대 번화가인 침사추이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의 고객은 자녀들을 영재로 만들고 싶어하는 중국 본토인들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보도했다.
홍콩에서 아기의 DNA 검사 비용은 575달러 수준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DNA 검사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중국의 DNA 검사 시장 규모가 작년 4천100만달러에서 오는 2025년 3배로 성장한 1억3천5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EO 인텔리전스는 중국의 DNA 검사 시장 규모가 오는 2022년 이보다 더 큰 4억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O 인텔리전스는 또 2022년이 되면 DNA 검사를 하는 중국인이 6천만명으로 작년 150만명의 40배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현재 중국의 DNA 검사 시장 규모가 미국의 3억달러에 비하면 매우 작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는 오는 2025년까지 매년 17%로 같은 기간 미국의 15%를 앞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판 점쟁이인 DNA 검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10여개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관련 업체들은 한결같이 신생아들의 DNA 검사를 통해 잠재 능력을 미리 발견하고 아이들이 출발선에 설 때부터 승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매년 1천5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중국에서 DNA 검사는 아이가 자료를 암기하고 스트레스를 견디며, 리더십을 보여주는 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며 과학이라기보다는 점성술에 가까운 모습이다.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빅데이터연구소의 임원인 질 맥비언 옥스퍼드대 유전학자는 "어느 정도 확실하다고 말하는 그런 것들(DNA 검사)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유전자 관련 연구소의 임원은 DNA 검사가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다면서 단지 건강 위험과 고도의 경쟁 사회에서 부모가 참고할 정도의 잠재적 재능 등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DNA 검사가 지난 수십년간 산아제한으로 한명의 자녀만 갖게 된 부모들의 욕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중국 부모들의 아기 유전자 검사는 다른 병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중국의 허젠쿠이(賀建奎)는 지난해 11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도록 유전자를 편집해 쌍둥이 여자아이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dae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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