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세포 프로그램 다시 짜는 리간드 신호 경로 찾았다"

입력 2019-11-20 14:38  

"NK세포 프로그램 다시 짜는 리간드 신호 경로 찾았다"
스위스 베른대 연구진, 저널 'EMBO 리포츠'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NK(natural kille) 세포는 '타고난 살인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감염 세포나 암세포를 탐색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NK세포는 다른 중요한 일도 많이 한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땐 T세포 같은 다른 면역세포의 발을 묶어,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정상 세포가 손상되는 걸 막는다. 면역체계의 메신저 기능을 하는 신호 전달 분자를 방출하는 것도 NK세포의 몫이다.
NK세포는 목표로 정한 유해 세포를 두 가지 방법으로 제거한다. 하나는 세포 독소를 분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표적 세포의 자멸사 프로그램(self-destruction program)이 저절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NK세포의 표면에는 '죽음의 리간드(death ligands)'로 불리는 독특한 단백질이 있다. 표적 세포의 상응하는 수용체와 결합해 자멸사 프로그램을 돌리는 게 바로 이 리간드다.
리간드는 특정한 수용체의 정해진 부위에 결합하는 저분자 화합물을 말한다. 효소 단백질과 그 기질,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과 그 수용체 사이엔 이런 '리간드 결합 사이트'가 있다.
NK세포가 보유한 '죽음의 리간드' 가운데 TRAIL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TRAIL은 'Tumor necrosis factor-related apoptosis-inducing ligand'의 머리글자로, '종양 괴저 인자 관련 세포 자멸사 유발 리간드'라는 뜻이다.
종양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TRAIL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TRAIL을 특정 수용체와 결합하게 하면,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종양세포만 죽일 수 있으리라는 가설이 제기됐다.
스위스 베른대의 병리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작용하는 TRAIL의 새로운 신호 경로를 발견해, 저널 'EMBO 리포츠'에 논문을 발표했다.
EMBO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본부가 있는 '유럽 분자 생물학 기구'를 말한다.
베른대가 19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린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연구는 필립페 크렙스 박사가 이끄는 리서치 그룹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NK세포에 TRAIL 리간드가 없으면 바이러스 퇴치 능력이 대폭 강화된다는 걸 생쥐 실험에서 발견했다.
이런 NK세포는 직접 감염 세포를 죽이는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T세포 등 다른 면역세포를 동원하는 '메신저 분자(messenger molecules)'를 더 많이 생성했다.
실제로 이런 NK세포는 주변에서 전달되는 신호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감지했다.
예컨대 세포 독소 분비를 유도하는 신호(trigger)엔 둔감하면서, 메신저 분자를 더 많이 내보내라는 신호엔 강하게 반응했다.
NK세포의 TRAIL 리간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TRAIL이 없으면 NK세포의 기능 프로그램이 다시 짜일 정도라고 한다. 더 중요한 건, 생쥐뿐 아니라 인간도 이런 신호 경로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암 치료 연구에 중요한 함의를 가질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NK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 경로는, 당연히 암 종양의 통제에도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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