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소강상태…24일 구의원 선거에 기대 걸기도(종합)

입력 2019-11-21 23:35  

홍콩 시위 소강상태…24일 구의원 선거에 기대 걸기도(종합)
경찰청장 '초강수'에 수세 몰려…이공대 시위대 수십명만 남아
대중교통 방해 운동도 효과 없어…향후 진로 놓고 '갑론을박'




(홍콩·상하이=연합뉴스) 안승섭 차대운 특파원 =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인 홍콩이공대가 사실상 함락되자 시위의 향후 진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가 시위대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 경찰이 도심 '점심 시위', 학교 주변 '인간 띠 시위' 등을 모두 조기 진압하면서 홍콩 시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시위대의 대중교통 방해 운동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경찰 '조기 진압'에 시위 약해져…이공대 이탈자도 계속 늘어
21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홍콩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으로 공식 취임한 지 사흘째를 맞은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시위 대응 기조를 '조기 진압' 기조로 바꾼 것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날 센트럴 지역에서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직장인들의 '점심 시위'가 열렸지만, 경찰 수십명이 배치돼 시위 참여자들이 도로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 집회 중'이라는 표시판을 수차례 들며 압박했다.
이에 이날 점심 시위는 도로가 아닌 센트럴에 있는 IFC 쇼핑몰 내에서 열렸다.
이들은 오른손을 들고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면서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 성조기를 흔드는 시위대도 있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전날 홍콩 곳곳의 중고등학교 인근에서는 학생들이 '인간 띠'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은 지금껏 이를 방관하던 것과 달리 시위가 벌어지자마자 이들을 해산시켰다. 일부 학교에선 교내까지 들어가 진압하기도 했다.



이날 밤 위엔룽 전철역 인근 쇼핑몰에서는 넉 달 전 일어난 '백색 테러'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7월 21일 밤 위엔룽 전철역에는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 최소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벌어져 홍콩은 물론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경찰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홍콩 시위는 사실상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이공대에서는 이탈자가 계속 늘어나 현재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는 고작 6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전날까지 홍콩 이공대를 빠져나오다가 체포되거나 투항한 시위대는 1천여 명에 달하며, 이들 가운데 300여 명이 18살 미만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공대 내부가 폐허처럼 변했지만 아직 전기와 물 공급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수만 남은 시위대는 여전히 경찰에 자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20세 학생 미셸은 "항복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항복은 죄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인데 우리 중 누구에게도 죄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홍콩 시위대는 곳곳에서 대중교통 방해 운동을 벌여 지하철 3개 노선의 운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으나, 지난주와 같은 '교통대란'을 유발하지는 못했다.
시위대는 지하철 차량의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거나 비상벨 울리기, 한꺼번에 열차 타기 등을 벌였지만,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전날 홍콩 경찰은 242명을 무더기로 기소해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하루 기소 인원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들 대부분은 유죄 판결 시 최고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폭동 혐의로 기소됐다.
대규모 송환법 시위를 이끌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다음 달 8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 시위대, 향후 진로 놓고 '갑론을박'…24일 선거에 기대 걸기도
홍콩 시위대가 수세에 몰리면서 시위대의 온라인 토론방인 'LIHKG'에서는 시위의 향후 진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시위자가 홍콩 곳곳의 쇼핑몰에서 '노래 시위'를 벌여 이공대 시위대가 휴식을 취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시위자는 경찰에 체포될 위험이 있다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중교통 방해 운동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려 일부는 이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 운동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위자도 있었다.
일부 시위자는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승리를 기대하면서 정부가 선거를 연기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당분간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며, 송환법 반대 시위 등의 영향으로 범민주 진영이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구의원 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천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 가운데 이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세 대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싹쓸이할 수 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는 "이공대 시위 실패로 큰 타격을 입은 시위대가 동력을 잃게 될지, 24일 구의원 선거를 통해 단합된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며 "온라인 토론방에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지도부가 없는 홍콩 시위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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