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활동 재개한 룰라 反우파 전선 확대 해석 나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부패 혐의로 수감됐다가 풀려나면서 정치 활동을 재개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충돌했다.
2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룰라 전 대통령이 전날 상파울루에서 열린 좌파 노동자당(PT) 대회에서 자신을 '쿠데타 세력'으로 부른 데 반발해 룰라 전 대통령을 '도적'이라고 부르며 공세를 펼쳤다.
과이도 의장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룰라는 풀려났으나 무죄가 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는 감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룰라 전 대통령 측근들은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도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과이도 의장의 발언을 애써 무시했다.
노동자당 대회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가 그를 쿠데타 세력으로 인정했다"면서 "베네수엘라의 친구들을 지키려는 시도를 악마시하는 세력이 과이도 같은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과이도 의장을 '쿠데타 세력'으로 부르며 직접 비난한 것은 반(反)우파 전선 확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굴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와 헝가리의 극우 지도자 빅토르 오르반을 옹호하는 점을 들어 "보우소나루가 브라질을 망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될지 의문"이라는 말도 했다.
이와 함께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4선 연임을 시도하다 축출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그러나 그에게 일어난 일은 범죄 행위이며 중남미를 위해 끔찍한 일"이라고 밝혔다. 모랄레스가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한 셈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석방되면서 맡은 임무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면서 좌파 노동자당(PT)이 정권을 되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석방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신당 창당으로 '정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정치가 양극화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며 중간 길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우파 진영과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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