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선거 '민심의 분노' 보여줘…시위대에 큰 힘 실릴 듯

입력 2019-11-25 10:51   수정 2019-11-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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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선거 '민심의 분노' 보여줘…시위대에 큰 힘 실릴 듯
사상 최고 투표율에 범민주 진영 '사상 첫 과반' 획득
'강경대응' 일관 정책이 민심 이탈 불러…캐리 람 지지기반 붕괴
'유화적 정책' 불가피…'경찰 강경진압 독립 조사' 목소리 커질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사상 첫 과반 의석을 획득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수세에 몰리던 시위대에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25일 홍콩 현지 언론의 개표 결과 집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 대한 개표가 종반으로 접어든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각) 현재 전체 452석 중 무려 278석을 차지해 3분의 2 가까이 석권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홍콩 전체 18개 구 중 범민주 진영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구가 이미 12개에 달한다.
개표가 완료되면 범민주 진영의 의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콩선거 범민주 압승·친중파 참패…'사상 첫 과반' / 연합뉴스 (Yonhapnews)
지난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후 치러진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는 처음이다.
친중파 진영은 오전 7시 현재 4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참패를 면치 못했다.



◇사상 최고 투표율…시위 강경대응 '분노 표심' 보여줘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현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홍콩 시민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라고 할 수 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구의원 선거에는 총 294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해 사상 최대 투표자를 기록했다.
최종 투표율도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 훨씬 높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명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18∼35세 젊은 층 유권자가 12.3% 늘어 연령대별로 최대 증가 폭을 보였는데, 진보적 성향의 젊은 층 유권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범민주 진영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의 핵심은 바로 홍콩 정부의 시위 강경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라고 할 수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쓰나미와 같은 분노가 홍콩을 휩쓸어 친중파에 산사태와 같은 참패를 안겼다"고 표현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 후 시위대의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 가운데 송환법 공식 철회만 지난 9월 초 마지못해 받아들였을 뿐 나머지 요구 사항에는 귀를 막았다.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해 2명이나 중상을 입는 강경 대응이 이어지자 친중파 내에서도 시위대 5대 요구 중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만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홍콩 정부와 경찰은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면서 무려 5천 명 이상의 시위대를 체포하는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이는 시민들의 거센 분노를 불렀고, 이러한 분노가 범민주 진영이 구의원 선거를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두게 하는 결과를 불렀다고 할 수 있다.



◇수세 몰리던 시위대에 큰 힘…'경찰폭력 조사' 목소리 힘 실려
이번 선거 결과로 수세에 몰리던 홍콩 시위대에는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 22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으로 공식 취임한 후 홍콩 경찰은 기존의 강경 대응을 넘어 '초강경 대응'으로 시위를 진압하고, 시위대는 벼랑 끝에 몰리는 듯했다.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홍콩이공대 내 시위대는 9일째 이어지는 경찰의 전면 봉쇄로 인해 1천여 명이 체포되고, 고작 30여 명이 교내에 남아 있다.
하지만 범민주 진영의 구의원 선거 압승으로 홍콩 시위는 당장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전체 36명 후보 중 32명이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한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당선된 후보자 전원이 이날 이공대로 달려가 남아 있는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면서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온 캐리 람 정부의 정책 기존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 결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정치적 기반인 친중파 진영이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앞으로 정부 운영을 위해서는 시위대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등 유화적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시위대는 물론 친중파 진영 내에서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요구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캐리 람 장관은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를 통해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IPCC는 아무 조사 권한이 없는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체포된 시위대를 '폭동죄' 등으로 무자비하게 처벌할 것이 아니라, 유화적인 태도로 관용을 베풀어 정부와 시위대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 오다가 '쇠망치 테러'까지 당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이번 선거는 기득권층에 대한 지지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가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캐리 람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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