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가툼 번영지수…교육 2위·보건 4위 선전 비해 초라
종합은 29위…선두권에는 덴마크·노르웨이·스위스·스웨덴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세계 각국이 얼마나 잘사는지를 평가하는 조사에서 한국이 종합적으로 상위권을 달렸으나 세부항목인 사회자본에선 바닥권을 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개인과 개인의 신뢰, 국가 제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얼마나 건실해 생산활동에 도움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무형의 저력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가 25일 발표한 '2019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이 같은 사회자본 부문에서 전체 167개국 중 14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동의 레바논, 아프리카의 우간다, 동유럽의 벨라루스, 남미의 페루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32위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레가툼 연구소는 사회자본 항목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개인적 관계, 사회적 관계, 제도에 대한 신뢰, 사회규범, 시민의 참여가 얼마나 강력한지 측정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제도에 대한 신뢰, 개인 사이 신뢰는 세계 각국이 진정한 번영을 구축하기 위해 핵심적인 두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자본에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으며 신뢰를 증진해 강화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레가툼 연구소는 사회자본과 함께 안전, 개인의 자유, 거버넌스, 투자환경, 기업여건, 시장 접근도와 기간시설, 경제의 질, 생활환경, 보건, 교육, 자연환경 등 12개를 평가의 세부 항목으로 설정했다.
한국은 종합 순위에서는 167개국 가운데 29위로 중상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은 교육에 대한 접근도, 인적자본, 교육의 질을 평가한 교육 항목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육체·정신의 기초건강, 보건 인프라, 예방관리를 평가한 보건 부문에서도 싱가포르, 일본, 스위스에 이어 4위를 차지해 정상권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은 자연환경 실태, 환경에 대한 압박, 자연보존 노력을 따지는 자연환경 부문에서는 91위로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레가툼 연구소는 "한국이 2009년 집계 이후 종합 순위에서는 2계단 하락했다"며 "교육과 보건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으나 최대약점이 사회자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최근 10년을 살펴볼 때 한국에서 가장 크게 개선된 항목은 개인의 자유라고 진단했다. 이 항목은 법적 기본권, 개인적 자유, 사회적 관용을 향해 국가가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의미한다.
종합 평점을 따질 때 1위는 덴마크가 차지했다. 노르웨이와 스위스도 그 뒤를 이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4위 스웨덴, 5위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홍콩이 15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으나 개인의 자유(41위), 사회자본(28위) 분야에서는 약세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을 따질 때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18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은 국가안보와 개인의 안전을 따지는 안전 부문에서 58위, 보건 부문에서 59위로 저평가를 받았다.
미국에 이어 19위에 오른 일본은 대부분의 분야가 고른 성적을 받은 데 비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자본 분야에서만 132위라는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세계경제 2위국이며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한 GDP에서 미국을 앞섰다는 평가도 받는 중국은 종합 57위에 그쳤다.
중국은 개인의 자유 항목에서 꼴찌 수준인 159위를 기록했고 자연환경(147위), 안전(108위), 거버넌스(91위)에서도 뒤로 처졌다.
레가툼 연구소 측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89%의 국가에서 번영 지수가 향상됐지만, 상위권 국가와 하위권 국가의 간극은 좁혀지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연구진은 특히 건강과 교육, 삶의 질 향상으로 사람들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집계 이래 최고 수준으로 개선되면서 경제적 번영으로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포용적인 사회와 개방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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