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기자 "백악관서 받아도 됐을 검사들…병원 직원들도 놀라"
"병원 이동하는 대통령車에 주치의 동승…경호 관례와 달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비만 판정을 받았고 심장이상이 있는 73세의 남성이 예고없이 병원을 찾았다면 우려되는 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에서 갑자기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후 불거진 건강 이상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주치의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매우 정례적인 건강검진이었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의학전문기자 산제이 굽타가 작성한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되지 않은 건강검진의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런 의혹에 힘을 보탰다.
굽타는 지난 몇 주간 전·현직 백악관 주치의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되지 않은 건강검진에 대해 "백악관에서 받았어도 됐을 '특이한'(unusual) 검진"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대통령의 예고없는 건강검진은 월터 리드 의료센터의 직원들도 놀라게 했다. 통상 대통령이 이 병원을 찾을 때면 미리 통보해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일부 복도와 통로에 대한 출입통제가 예고되는데 16일에는 그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굽타는 "또한 충격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으로 이동하는 차에 주치의 숀 콘리가 동승했다는 점"이라며 "보통 때는 경호상 이유로 주치의는 대통령과 따로 이동한다"고 지적했다.
주치의 콘리는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항간의 추측처럼 가슴 통증은 없으며, 급성 질환에 대한 치료나 검사를 받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굽타는 "콘리의 답변에도 의혹은 계속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았다고 콘리가 밝힌 모든 검사들은 백악관에서 받아도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경우 혈액검사는 밤새 금식하고 받아야 하기에 아침에 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오후에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검진을 1년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하는 이유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약 처방 효과를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며 "뭔가 우려스러운 것이 없다면 혈액검사를 (1년 간격보다) 당겨서 빨리해서 좋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개월 전인 지난 2월에도 월터 리드 의료센터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당시 키 192cm에 몸무게 110.2kg으로 '비만'(obese)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굽타는 최근 몇 년간 트럼프의 주치의들이 그의 기분에 맞춰 "200살은 더 살 것", "당선된다면 역대 가장 건강한 대통령이 될 것" 등이라고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 의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주는 대로 대통령의 진료기록을 작성했다고 훗날 토로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굽타는 "70대인 트럼프는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라면서 그의 임기 초반 주치의 로니 잭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 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은 몬트리올 인지검사(Montreal Cognitive Assessment)를 받겠다고 강력히 요청해 검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아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검진을 진행한 잭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초기 알츠하이머나 가벼운 인지장애를 체크하는 간단한 검사인 몬트리올 인지검사를 받았고, 심장으로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대상으로 칼슘 스캔도 진행했다.
또한 심장 단층 촬영도 해 수치 133을 기록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흔한 형태의 심장질환을 앓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굽타는 밝혔다.
현재 주치의 콘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검진을 위해 약 4시간 동안 11명의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았으며 진정제나 마취제 투여는 없었다고 밝혔다.
굽타는 "콘리는 지난주 대통령이 무슨 검사를 받았는지를 밝히는 대신, 무슨 검사를 받지 않았는지를 강조했다"고 지적하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병력을 공개할 의무는 없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가능한 최상의 건강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확신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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