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신약 조플루자, 바이러스 내성 위험"

입력 2019-11-26 11:09  

"독감 신약 조플루자, 바이러스 내성 위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단 1회 복용으로 독감 증상을 며칠 안에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독감 신약 조플루자(Xofluza)가 독감 바이러스에 내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위스의 로슈 제약회사가 일본의 시오노기 제약회사와 공동 개발한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는 작년 10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새로운 독감 치료제로 독감 증상이 나타난 후 48시간 안에만 복용하면 단 한 번의 투여로 독감의 싹을 초기에 잘라버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독감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타미플루는 매일 2번 5일 동안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조플루자를 복용했을 때 독감 치료제에 대한 바이러스의 내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과 영국의 일간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5일 보도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과 일본 도쿄대학의 가와오카 요시히로 병리학 교수 연구팀은 공격적인 독감 바이러스의 하나인 H3N2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본의 11세 남자아이가 조플루자를 먹고 몇 시간 만에 열도 내리고 증상이 크게 좋아졌으나 5일이 지난 후 열이 다시 나기 시작했으며 그로부터 이틀 후 여동생(3세)이 열이 나면서 독감 증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두 아이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감염된 독감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는 같았으나 동생의 경우는 약간 달라 바이러스 DNA의 한 곳에 변이가 나타나 있었다. 이 변이된 바이러스는 표준 치료제에 강한 내성을 나타냈다.
이는 오빠가 감염된 독감 바이러스가 조플루자의 투여로 내성이 생겼고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가 여동생을 감염시켰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H1N1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22명으로부터 조플루자 투여 전후에 채취한 혈액 샘플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조플루자 투여 전에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가 없었으나 치료 후에는 23%가 치료제에 내성을 갖는 변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H3N2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성인 4명과 아이 12명으로부터 조플루자 투여 전후에 혈액 샘플을 채취, 비교했다.
그 결과 성인의 혈액 샘플에서는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가 없었으나 아이 4명의 혈액 샘플에서는 변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변이된 독감 바이러스를 배양접시에서 배양해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변이된 독감 바이러스는 건강한 동물에 쉽게 감염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조플루자는 효과가 매우 크고 안전한 약으로 이미 입증됐고 또 독감 바이러스 내성을 크게 확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이 연구결과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 최신호(11월 25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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