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통해 최소 13조원 조달…"중국 본토 투자자 몰려"
"美, 중국기업 상장 폐지 등 검토에 中, 대표기업 본토 회귀로 맞서"
시위 사태로 침체 겪던 홍콩 금융계에 '희소식'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 상장한 첫날인 26일 급등세를 보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알리바바 주식은 공모가인 176홍콩달러보다 6.25% 급등한 시초가 187홍콩달러에 거래를 시작했으며 이후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알리바바 주식은 공모가보다 6.6% 급등한 187.6홍콩달러에 마감했다.
현재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이번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통해 최소 880억홍콩달러(약 13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알리바바는 신주 5억 주를 발행해 아시아, 유럽, 미국 등 각국 투자자로부터 주문을 받았으며, 매수 신청이 몰려 공모를 조기 마감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할당된 주식 중 3분의 1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가져갔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증시에서 이번 알리바바의 상장은 2010년 AIA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다.
알리바바의 대형 2차 상장은 장기화하는 시위 사태로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상장은 위축된 홍콩 증시와 경제에 실질적,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알리바바의 2차 상장이 완료되면 홍콩 증시는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를 제치고 조달액 규모로 올해 최대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킨 거래소로 올라서게 된다.
알리바바 그룹의 홍콩거래소 2차 상장은 홍콩거래소의 자체 개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 2014년 홍콩거래소 상장을 추진했으나,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홍콩거래소의 규제에 막혀 대신 뉴욕증권거래소(NYSE)행을 택했다.
당시 상장 규모는 250억 달러로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차등의결권은 1개 주식마다 1개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선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꼽힌다.
절치부심한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샤오미(小米), 메이퇀뎬핑(美團点評) 등 굵직굵직한 기업의 상장에 성공했으며, 이번에 알리바바 2차 상장에도 성공했다.
알리바바의 홍콩증시 2차 상장에는 무역전쟁 등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와중에 이번 2차 상장이 이뤄진 것에 주목하면서 이는 자금 조달보다는 '귀향'(homecoming)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29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한 알리바바 그룹이 애써 2차 상장에 나서는 것은 현금 확충보다는 중국 기업에 적대적인 미국을 피해 자금조달 창구의 다변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홍콩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다이는 "(2차 상장의) 큰 부분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다른 측면에서는 홍콩증시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이 더 좋다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블룸버그통신 등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들을 상장 폐지하거나, 미국 공적 연기금의 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중국 중앙정부가 이러한 위험을 의식해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의 대표 기업들을 상하이나 홍콩 증시 등 본토로 회귀시키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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