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기 국내문제에 집중…전용기 없애고 민항기로 지방 방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내달 1일이면 취임 1년을 맞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취임 후 멕시코 밖을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국내에서만 '지구 네 바퀴' 거리를 돈 것으로 집계됐다.
멕시코 일간 밀레니오는 26일(현지시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지난 1년간 현장 방문을 위해 항공편과 육로로 총 16만2천㎞를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지구 한 바퀴를 4만㎞로 봤을 때 네 바퀴가 넘는 거리다.
이중 외국 방문은 한 차례도 없다.
"최고의 대외 정책은 대내 정책"이라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초기 외국을 방문하는 대신 국내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가까운 미국조차 아직 가지 않았다.
지난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했고, 결국 개최가 취소됐으나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가지 않을 계획이었다.
멕시코 이전 지도자들과도 사뭇 다른 행보다.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직전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은 취임 1년간 모두 19차례, 펠리페 칼데론과 비센테 폭스 전 대통령은 각각 8차례와 15차례 외국을 방문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대신 멕시코 전역을 쉴새 없이 돌았다.
일주일에 3일은 지방 방문에 나섰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부활절 등 주요 명절을 제외하곤 주로 주말을 이용해 지방 방문에 나서 정책을 설명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고 밀레니오는 설명했다.
66세의 나이에도 평일 멕시코시티에 머물 때면 매일 오전 7시 기자회견을 열고, 주말이면 지방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간 것이다.
이동 시간만 총 912시간, 일로 환산하면 38일을 비행기나 자동차에서 보냈다.
비행기를 탄 것은 모두 129번, 비행시간은 총 216시간 46분이었다.
취임 이후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기로 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늘 공항에서 줄을 서고 보안 검색을 통과해 민항기를 탔다. 경호 인력도 최소화했다.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은 오악사카(현지발음 오아하카)주, 베라크루스주, 멕시코주 등 순이었다.
내치에 집중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멕시코 내부의 시선은 엇갈린다.
지지자들은 형식적인 외국 방문 대신 시급한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외교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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