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한반도 문제 해결방안 논의…관련국 노력 조율 중요"
(워싱턴·모스크바=연합뉴스) 백나리 유철종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26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로 한반도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저녁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언론보도문을 통해 "미국 측의 요청으로 모르굴로프 차관과 비건 특별대표 간에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 과정에 대한 현황과 전망이 논의됐다"면서 "이 방향에서의 조속한 진전 달성을 위해 모든 관련국의 노력 조율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에서 북미 간 협상뿐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관련국들의 참여도 중요하다는 점에 미·러 양측이 공감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외무부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모르굴로프 차관과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이날 통화는 지난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러시아 방문에 뒤이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모르굴로프 차관이 비건 대표에게 최 제1부상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 제시를 촉구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점점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시점이라 최 제1부상이 러시아에 관련 배경 및 의도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했는지, 이 같은 설명이 비건 대표 측에 전달됐는지 주목된다.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모스크바에 왔던 최 제1부상은 지난 20일부터 사흘 동안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티토프 제1차관, 모르굴로프 차관, 올렉 부르미스트로프 북핵담당 특임대사 등 러시아 외무부 고위인사와 연쇄 회담하는 것은 물론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부 차관까지 만나는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최 제1부상은 방러 기간 중 여러 차례에 걸친 언론 접촉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앞서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도 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대북 대응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라브로프 장관과 최 제1부상 간 논의가 공유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현재 대화 신호를 주고받으면서도 협상 조건에 대한 서로의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 수위를 높이며 협상 재개 시점은 발표하지 못한 상태다.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인 비건 대표는 지난 20일 미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최선희 제1부상을 비핵화 협상 카운터파트로 지목했으나, 최 제1부상은 "협상 대표는 각기 그 나라에서 지명하는 것"이라고 비꼬며 비건과의 회동 가능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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