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에 대변기 두 개 설치, 엉뚱한 호텔로 수송, 부실한 선수 식단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에서 오는 30일 공식 개막하는 제30회 동남아시아(SEA) 게임의 준비가 부실해 곳곳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발끈했다.
27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과 AFP 통신에 따르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6일 현지에서 SEA 준비 부실에 대한 보고를 받고 화를 내며 진상조사를 원했다고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궁 대변인이 전했다.
대회 준비 부실은 초반부터 불거졌다.
지난 25일 시작된 축구 경기를 앞두고 지난 23일 입국한 미얀마, 캄보디아, 동티모르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낭패를 당했다.
셔틀버스가 공항에 대기하지 않아 선수들이 몇시간이나 공항 벤치에서 기다려야 했다.
동티모르 선수단은 엉뚱한 호텔로 가는 바람에 애초 배정받은 호텔로 다시 이동해야 했고, 미얀마 선수단은 필리핀 서민들의 값싼 교통수단이자 비좁은 '지프니'를 이용해야 했다.
캄보디아 선수단은 호텔에 도착해서도 방 정리가 안 돼 있어 로비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SEA 게임 조직위원회와 대통령궁은 24일 잇따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필리핀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25일 아침으로 제공된 것이 현지 길거리 음식인 '키키암'과 밥, 계란밖에 없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무슬림을 위한 할랄 푸드가 식단에서 빠졌다는 불만이 표출됐다.
곳곳에서 경기장과 부대 시설 마무리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고, 콘크리트 벽에 페인트칠도 하지 않은 상태로 문을 연 프레스룸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특히 필리핀 수도권 메트로 마닐라의 리살 기념 체육관 화장실에서는 한 칸에 대변기 두 개가 나란히 설치돼 현지 네티즌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필리핀 상원은 SEA 게임이 끝나는 대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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