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간 무역협정 워킹그룹서 의약품 특허권 등 논의"
"장기 특허권으로 인해 약값 비싸지면 英 국민 생명 위협"
보수당은 부인…"이미 온라인 등에서 공개" "맥락 배제한 채 내용 잘못 전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에서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논의 대상에 올려놓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리스 존슨 총리와 보수당은 그동안 이같은 노동당의 주장을 부인해왔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과 미국 정부가 무역 및 투자 워킹그룹에서 논의한 내용을 담은 유출 문서를 폭로했다.
451쪽 분량의 문서는 양국 간 논의 내용, 영국 정부의 입장 및 평가 등을 담았다.
코빈 대표는 "문서를 보면 영국과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적용할 특허권에 대해 논의한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양국은 의약품의 특허권 기간 적용에 관해 최초 논의를 끝마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허권 적용이 길어진다는 것은 비싼 약값을 의미한다. 그 결과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약값이 영국보다 평균 250% 비싼 이유 역시 거대 제약업체의 농간에 따른 특허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 간 두 번째 만남에 관한 내용을 담은) 51쪽을 보면 영국 관료가 복제약품의 NHS 접근권을 둘러싼 특허권 이슈가 핵심 검토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미국 기업의 특허권을 장기간 적용하기 위해 매우 강하게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코빈은 이번 유출 문서는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영국과 미국 양측이 무역협정 합의에 훨씬 더 근접해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이 의료서비스를 포함해 모든 분야의 시장 접근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빈 대표는 "우리는 존슨이 NHS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팔려고 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 총선은 이제 NHS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코빈은 "유권자들은 '존슨 하에서 NHS가 과연 안전할까'라는 심각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총선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이 보수당에 10%포인트(p) 이상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번 폭로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코빈 대표의 폭로가 여전히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존슨 총리는 "NHS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당이 전략적으로 NHS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은 지도부의 반(反) 유대주의 문제, 브렉시트 정책과 관련한 공백 등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NHS 문제를 계속 들고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당은 관련 문서가 이미 온라인 등에서 공개됐으며, 코빈 총리가 앞뒤 맥락을 배제한 채 고의로 내용을 잘못 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문서 내용을 보면 NHS를 협상 대상에 포함하고 싶지 않다는 영국의 입장을 미국 측이 받아들인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코빈 대표는 자신과 노동당에 씌워진 반 유대주의 논란과 관련해 "노동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반 유대주의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당이나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반 유대주의 논란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연민과 함께 사과를 해 왔다"고 해명했다.
존슨 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당이 '이슬람 포비아'(이슬람 혐오)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반 유대주의나 '이슬람 포비아' 등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사건이 발생하면 보수당은 무관용 접근법을 취해 왔다"면서 "모든 종류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서 크리스마스 이전에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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