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정부 시위대 충돌로 수십명 부상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평화롭게 진행된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가 최근 폭력 사태로 얼룩지고 있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레바논 적십자를 인용해 지난 밤사이 미셸 아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반정부 시위대의 충돌로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북부도시 트리폴리에서 아운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정부 시위대가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면서 20여명이 부상했다.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도 26일 밤 레바논 주요 도시에서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과 반정부 시위대가 충돌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헤즈볼라 지지자 수십명이 수도 베이루트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을 공격한 뒤 사흘 연속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27일 낮 레바논 주요 도시들은 일단 평온한 모습이지만 긴장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알자지라방송은 최근 폭력 사태로 레바논의 평화적 시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등 다른 중동 국가와 달리 레바논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레바논에서는 지난달 17일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막대한 국가부채, 통화가치 하락 등 경제난과 정치인들의 부패를 규탄했다.
지난달 29일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퇴했지만, 시위대는 기득권 정치인들의 퇴진과 기술관료들로 구성된 내각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운 대통령이 28일 의회와 새 총리 지명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아운 대통령이 새 총리를 내세워 성난 민심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헤즈볼라 등 레바논 주요 정파들은 이달 중순 모하메드 사파디 전 재무장관을 새 총리로 내정했다가 시위대의 반발로 임명이 무산됐다.
레바논은 종파 간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기독교계 마론파가 대통령을 맡고, 총리와 국회의장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가 담당하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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