겅솽 대변인 "교황의 호의와 우정의 말씀에 감사"
아시아 방문한 교황이 중국 자극 않은 데 대한 답례인 듯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중국을 향한 '평화 메시지'에 화답하면서 교황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중국)는 교황의 호의와 우정의 말씀에 감사한다"면서 "중국은 교황청과 좋은 소통을 유지해왔으며, 양자 관계의 개선과 진전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또 "중국은 교황청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진정성과 적극성을 갖고 있다"면서 "관계 발전에 문을 열어 놓고 있으며, 관계 발전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26일 일본 방문을 마치고 교황청으로 복귀하는 비행기 안에서 "중국을 사랑하며, 베이징(北京)을 방문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아시아 지역 순방 길에 나선 교황은 첫 번째 방문국인 태국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전세기 안에서도 중국, 홍콩, 대만 상공을 지날 때마다 해당 지역의 지도자들에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교황은 홍콩과 대만에 대해 언급했으나 중국을 자극하지 않아 겅 대변인의 이번 발언은 이에 대한 평가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일본으로 가는 길에 중국 상공을 지나며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면서 "중국과 모든 국민이 평화와 기쁨의 축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또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에게 "귀하와 시민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하고 전능하신 하느님이 모두에게 웰빙과 평화를 허락하시길 기도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면서 "대만 국민 모두에게 평화의 축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대만은 유럽 국가 가운데 교황청과 수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며, 중국은 교황청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교황은 대만이 교황청과 국교를 맺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만의 수교국이었던 여러 나라가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었다. 대만과 수교한 나라는 현재 15개국에 불과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교황청과 중국은 중국 내 가톨릭 주교의 임명권을 둘러싸고 10년가량 빚어온 갈등을 지난해 봉합한 바 있다.
양측은 지난해 9월 중국이 교황을 가톨릭의 수장으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은 교황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명된 중국 내 주교 7명을 추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에 합의했다.
즉 교황청은 중국 정부가 임명한 천주교 애국회 소속 주교 7명을 인정하고 교황청이 서품한 지하교회 주교 2명을 물러나게 하는 대신 향후 교황이 중국 정부가 지명하는 주교에 대한 승인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약 1천200만 명의 신자를 거느린 중국 내 가톨릭은 로마 교황청을 따르는 지하교회와 중국의 공인을 받은 '천주교 애국회'에 소속된 교회로 양분돼 있다.
천주교 애국회 소속의 신부들은 중국 정부가 임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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