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낮은 요금제 나와야…실무적으로 3∼4만원이 중저가 요금제"
통신3사 CEO "네트워크 투자로 경영 압박…통신요금이 낮아지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정윤주 기자 = 정부가 통신 3사에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통신사들은 현재는 5G 투자에 집중하고 있어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보였다.
이는 통신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여야 하는 정부와 경영실적과 직결되는 요금제를 양보하기 어려운 통신업계가 첫 만남부터 뚜렷한 이견을 노출한 것이어서 앞으로 5G 요금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오전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와의 조찬 간담회에서 통신 3사에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요청했다.
최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통신비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과중하게 지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5G 서비스를 다양한 소비자층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함께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장관은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도 거듭해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요청했다.
그는 "5G 요금제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3사는 계획이 있느냐", "다시 한번 중·저가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8㎓ 5G망 구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28㎓ 망이 나오면 대용량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요금이 너무 높아지게 되고 B2B(기업 간 거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낮은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면서 또다시 중·저가 요금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이통3사 5G 요금제는 최저 수준이 5만5천원인데, 이보다 낮은 3만∼4만원대 요금제가 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7월 업계 최초 4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기는 했지만, 청소년·시니어 대상 세그먼트(고객분류) 요금제에 그쳐 일반 성인이 가입할 수 있는 4만원대 요금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실무적으로는 3~4만원대를 중·저가 요금제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신3사 CEO는 5G 가입자 수와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중·저가 요금제는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우선 5G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지금은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있어서 경영 압박이 있는데, 중·저가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는 5G 네트워크 투자에 매진하고 있어 중·저가 요금제의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들은 "한국은행 물가 통계에 따르면 통신 요금이 낮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특히 최 장관의 요청이 이어지자 "낮은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통신 서비스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5G 가입자가 적다"며 "5G망 투자 비용이 많아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다 보니 단기간 내에는 5G 중·저가 요금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규모 5G 투자가 필요하고, 부가 콘텐츠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올해 상용화한 5G에 대해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기가 어렵다"며 "적어도 내년 하반기 이후여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G 가입자는 연말 5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 최소 1천만명은 돼야 중저가 요금제 출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5G 가입자가 전체 통신 가입자의 40∼50%는 돼야 보편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며 "그전까지는 LTE라는 대체재가 있어 5G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더라도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비싼 5G 단말 가격도 내려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태희 실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최기영 장관이 통신3사 CEO를 상대로 '중저가 단말 출시에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3사 CEO는 이에 대해 "중저가 단말 개발을 위해 제조사에 요구 중이며,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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