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재사용 쇼핑백 판매량 급증…가격 올려 소비 억제해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되풀이해 사용할 수 있는 영국의 '친환경 쇼핑백'이 비닐 사용량을 되레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28일(런던 현지시간)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환경조사기구'(EIA)가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 10대 슈퍼마켓 체인의 올해 비닐·플라스틱류 포장재 사용량은 90만3천t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88만6천t보다 거의 2만t이 불어난 분량이다.
두 단체는 올해 비닐 사용량이 늘어난 이유로 '친환경 쇼핑백'인 '생명(또는 평생)을 위한 쇼핑백'(Bags for Life·이하 평생 쇼핑백)을 꼽았다.
4년 전 영국 정부는 유통업계의 비닐봉지 사용량 감소를 유도하고자 소비자에게 부담금 5펜스(약 80원)를 물리는 대책을 시행했다.
정부는 아울러 유통업계가 일회용 비닐봉지를 대체하는 재사용 쇼핑백을 팔도록 유도했다. 생명 쇼핑백은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게끔 내구성이 있게 만들어졌다.
비닐봉지 부담금 도입 자체는 일단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비닐봉지 부담금 도입 이래 유통업계의 비닐봉지 배포량은 80% 넘게 감소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재사용 쇼핑백 구매를 늘렸다는 점이다.
올해 생명 쇼핑백은 총 15억개, 한가구당 평균 54개가 팔렸다.
보고서는 올해 판매량이 작년보다 25%가량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생명 쇼핑백은 더 튼튼하게 만드느라 비닐 원료가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그린피스 영국지부 활동가 피오나 니콜스는 보고서에서 "생명(평생)을 위한 쇼핑백이 일주일을 위한 쇼핑백이 됐다"고 꼬집었다.
4년 전 영국 정부는 재사용 쇼핑백을 도입하며 "재사용 쇼핑백을 한번 구입하고 사용하다가 낡아서 못 쓰게 되면 슈퍼마켓에서 공짜로 새것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실상은 달리 전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사용 쇼핑백 판매 증가 탓으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 감소 효과가 얼마나 상쇄됐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최근 들어 재사용 쇼핑백 도입 취지가 퇴색할 정도로 많이 팔리는 셈이다.
그린피스와 EIA는 보고서에서 재사용 쇼핑백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재 20펜스(약 305원)인 재사용 쇼핑백의 가격을 70펜스(약 1천66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활용 쇼핑백이 약 908원에 팔리는 아일랜드에서는 판매량이 90% 감소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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