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뉴햄프셔주 65세 이상 유권자 지지율도 바이든 앞질러
NYT "아끼는 손자, 갖고싶은 아들처럼 여겨"…부티지지도 노년층 공략 행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내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최연소 대통령' 타이틀을 갖게 될 젊은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피트 부티지지(37)에 백인 노년층이 열광하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나이가 비슷한 백인 후보인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을 더 지지할 것처럼 보이는 계층이 오히려 손자뻘인 부티지지에 환호하고 있어서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NN과 디모인레지스터가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티지지의 지지율은 다른 민주당 후보들보다 최소 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경선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65세 이상의 28%가 부티지지를 지지하는 등 노년층에서 부티지지의 지지율이 바이든을 앞섰다.
흑인 지지층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상대 후보들보다 젊은층의 지지기반도 약한 부티지지로선 이런 노년층의 지지가 큰 의미를 갖는다. 대선에 있어서 노년층은 '믿을 만한' 지지층인데다 특히 초반에 경선 투표를 하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노년층의 지지율 확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부티지지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듯 이번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노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5일 저녁 아이오와주 카운실 블러프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그는 "사회보장제도 강화뿐만 아니라 모두가 은퇴 뒤 존엄 있게 살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빗대어 '그레이뉴딜 정책'(Gray New Deal)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또 이번주 장기 건강보험 계획을 내놓으며 스스로를 "은퇴 담당"(retirement guy)이라고 칭했다.
모두 노년층을 공략한 행보라는 것이 안팎의 해석이다. 이런 전략이 통한 듯 서포크대와 보스턴글로브가 뉴햄프셔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부티지지의 지지율이 바이든을 앞질렀다.
현장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아이오와주 폴크카운티의 션 배그니우스키 민주당 의장은 부티지지가 모두에게 "아끼는 손자를 떠올리게 한다"고 NYT에 말했다.
존 그레넌 포웨시크 카운티 민주당 의장은 부티지지가 강렬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방식으로 나이 든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고 평했다.
그는 "일부 노년층 유권자들은 그를 교회나 군대 같은 전통적인 제도를 존중하면서도 미국의 미래를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보는, 매우 똑똑한 갖고 싶은 아들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노년층 지지자들은 인대애나주의 소도시 사우스벤드 시장을 재임한 것이 전부인 부티지지의 짧은 정치 이력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카운실 블러프스에 사는 리사 포롯은 부티지지의 나이를 결점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불리한 면은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오바마 전 대통령도 경험이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티지지에게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투영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오와에 사는 마사 베리는 "케네디도 대통령이 됐을 때 나이가 얼마 안 됐지만 잘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젊은층이 당내 경쟁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의 "큰, 구조적 변화"나 버니 샌더스 의원의 "정치적 혁명"에 더 끌린다면, 노년층은 부티지지의 좀 더 온건한 입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부티지지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이라는 정부가 전국민 건강보험을 제공하자는 급진적인 방안보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건강보험을 제공하자는 '메디케어 포 올 후 원트 잇'(Medicare for all who want it)에 찬성한다.
노년층에서의 인기에 대해 부티지지는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경험의 의미를 더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노인은 한때 젊은이였다"면서 "그런 점에서 나이가 있어야 준비됐다는 편견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티지지가 정작 자신과 가까운 연령대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과 반대되거나 보다 폭넓은 범위의 유권자층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티지지가 찾은 유세장에는 젊은이보다 노년층이 더 눈에 많이 띈다.
NYT는 아이오와주 카운실 블러프스의 유세장에는 "중소도시 시장 출신의 새로운 얼굴이 은색 머리를 한 참석자들에게 연설하는 대조적인 장면이 연출됐다"고 평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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