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효과 지켜보며' 문구 삭제, 인하 소수의견에 시장기대 살아나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왔고 이주열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고 확인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의 다음 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 상반기 중일 가능성이 크고 이르면 2∼4월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금리정책의 대응 여력이 있다고 확인했고 금통위 의결문에서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표현이 삭제됐다"며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현 완화 기조 자체의 변화는 없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윤 연구원은 "이번 11월 금통위를 통해 앞서 제시한 내년 상반기, 특히 4월까지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의견을 유지한다"며 "최근 글로벌 경기 개선과 리스크 완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체력이 약한 한국경제가 회복하기 위한 '영양제' 측면에서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은 1명에 그쳤지만, 대다수가 예상한 조동철 위원이 아니라 신인석 위원이라는 점이 주목된다"며 "이로써 시장은 약화한 국내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살릴 정도의 여유는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도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 등장이 예상됐지만, 신인석 위원의 소수의견 제시는 다소 예상 밖이었다"며 "대표적 비둘기파인 조동철 위원이 그동안 견지해온 스탠스를 고려해 본다면 신인석 위원의 소수의견 제시는 2명이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한 것과 같은 영향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허 연구원은 "한은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모두 내년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나타냈지만, 이는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전제한 것이고 의외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이에 따른 긍정적 기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만약 대외 여건과 글로벌 경기회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설비 투자와 수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열 총재가 금리를 이용한 통화정책에 여전히 여력이 있음을 피력했다"며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 1.25%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가능함을 내비쳤고 이는 단순한 사실 확인이라기보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관계의 긴장 해소가 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고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국내 경제에 긍정 효과가 가시화되는 데는 큰 시차가 존재할 것"이라며 "따라서 한은은 내년 2월 수정경제전망에서 현재 전망치보다 개선된 수치를 내놓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다면 금리 인하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다소 매파적인 문구로 인식된 '2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문구가 이번 금통위 의결문에서 삭제됐다"며 "또 금리 인하 소수의견 등장으로 국내 채권시장은 강세 폭이 확대되면서 내년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불확실성 요인들이 지속하고 있어 여전히 단기간 내에 경기 저점 확인이 쉽지 않다"며 "향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내년 1분기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한은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2.3%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추가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특히 이주열 총재는 경기가 바닥을 다져나가는 구간이나,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한다는 점에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원은 "게다가 내년 성장률 전망에 반도체 업황 개선, 미중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 완화가 반영됐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협상의 장기화가 지속될 경우 현재의 전망치가 하향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내년 1분기 중 기준금리 25bp(0.25%포인트)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이번 결정에 소수의견도 있었고 '두차례 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라는 문구를 삭제한 점을 고려하면 1월의 무역협상 과정을 살펴본 뒤 2월에 금리 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채권시장은 점차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나,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기대도 상존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는 강보합권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1명 나왔으나,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서프라이즈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과 미국의 보험성 금리 인하 종료가 추가 금리 인하 명분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의결문에서 문구는 삭제됐지만 2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점검하면서 내년 1∼2분기 동안은 추가 금리 인하 단행 없이 경기 경로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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