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5.95%…'5%대' 목표 근접
내년 신예대율 규제에 부동산시장 합동점검 등 냉기류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김연숙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을 거의 다 소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은 한달여 동안 가계대출을 더 늘릴 수 없다는 의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다가 서울 일부 지역에 대한 관계기관 부동산 합동조사 등까지 겹치면서 연말 주택대출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04조2천991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인 570조3천635억원과 비교하면 5.95% 증가한 수치다.
이는 금융당국이 설정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5%대'를 거의 꽉 채운 수준이다.
5대 은행만 놓고 보면 11월과 12월에 쓸 수 있는 대출 증가율이 0.05%밖에 안 된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봐도 10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874조1천373억원으로 지난해 말 잔액인 827조5천978억원 대비 5.62% 증가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설정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와 실제치를 월별로 체크하고 있다"면서 "실제 진도율이 목표율을 넘어가는 경우 면담을 통해 감속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진도율이 목표치를 크게 넘어갈 경우 내년 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목표인 '5%대'는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평균 증가율을 의미한다.
개별 금융사가 당초 설정한 증가율 목표치의 총합이 6%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이므로 금융사별로 따지면 6%대 증가율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은 10월 기준으로 이미 6%를 훌쩍 넘긴 곳이 상당하다.
농협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9.46%로 가장 높다. 신한은행이 6.88%, 우리은행이 6.53%, 하나은행이 6.12%로 뒤를 따르고 있다. 국민은행만 2.09%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는 10월 말까지 수치이므로 대다수 은행은 남은 한달간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 앞서 예금·대출 장부를 맞춰야 하는 문제도 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예대율(대출/예금 비율) 규제는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 대출은 15% 하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은행 입장에선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예금을 늘리면 모수가 늘어나 예대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통상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내렸던 시중은행들은 이번에는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눈치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6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예금금리를 조정한 곳은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정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와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 등으로 올해에는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가산·우대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 증가세를 조정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런 형편과 반대로 주택대출 수요는 최근 들어 늘어나는 모습이다.
10월 중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2천억원으로 연중 최고치(8월 7조4천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수요 자체는 쉽사리 줄어들기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규제에 따라 적법하게 나가는 대출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투기 수요를 금융이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면서 "서울 주요 지역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부 합동 조사를 통해 이상 거래를 색출하는 등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speed@yna.co.kr,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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