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관리 금융결제원→한국감정원 이관 주택법 개정 지연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국회 파행으로 민생법안 통과가 막히면서 관련 법 개정 지연으로 주택 청약업무가 내년 2월부터 마비될 우려가 커졌다.
1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내년 2월 주택 청약 관리 업무가 기존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될 예정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작년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청약업무 이관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준비를 해왔다.
이는 청약자에 대해 사전 자격검증을 실시해 부적격자의 당첨을 막기 위한 복안이었다. 주택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인 국토부의 산하기관인 감정원이 청약시스템을 관리하게 되면 부적격 당첨자 검증, 불법 당첨자 관리, 주택 통계 시스템과의 연계 등 공적 관리를 강화하게 된다.
이를 위해선 청약통장 정보를 감정원이 취급하면서 입주자의 자격, 주택의 소유 여부, 재당첨 제한 여부, 공급순위 등도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감정원이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금융실명제법으로 보호되는 개인 금융정보를 예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이에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이 감정원의 청약 관련 금융거래정보와 금융정보 취급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으로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해 5월 말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택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2월부터 주택 청약 업무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하드웨어의 이관은 완료된 상태다.
감정원은 9월 30일 청약 업무 시스템 1차 구축 작업을 완료하고 업무별로 세부 테스트를 하면서 오류 보정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금융결제원이 보유한 청약 데이터베이스를 일부 이관해 오고 있으나 금융실명제법 상 금융정보는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감정원은 가상계좌로 금융정보를 만들어 시스템 테스트에 쓰고 있으나 아무래도 가상계좌를 쓰면 실제 계좌보다 테스트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늦게나마 통과된다 해도 테스트 기간이 충분치 못해 정상적인 업무 처리가 힘들 수 있다.
국토부와 감정원은 이달 초까지를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주택법 개정 '마지노선'으로 봤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이달 초 법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지어 한국당은 이번 정기국회에 나오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수처법이나 예산안 등 다른 첨예한 현안에 관심이 집중돼 주택법이 조기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토부는 청약 업무 이관 시점을 올해 10월에서 내년 2월로 한번 미룬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미 내년 2월 1일부터 감정원을 인터넷 청약 대행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고시도 마쳤다.
국토부와 감정원은 내부적으로 여러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연기도 방안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로선 함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2월은 계절적 비수기여서 청약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주택시장에 변수가 많아 청약 수요가 예년 수준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주택 청약 관리 이전은 이미 관련 부처간 협의가 끝났고 시스템도 모두 이관했기에 주택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2월부터는 청약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정상적인 청약 업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법 개정이 더뎌 내부적으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으나 국토부와 감정원, 금융결제원간 유기적인 협업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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