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후통첩' 보내…시위 장기화 등으로 경영 악화
대주주인 中 HNA 그룹도 경영난 심해 회생 여부 불투명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위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홍콩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홍콩 3위 항공사 홍콩항공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영업허가가 취소될 위기로 내몰렸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이날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홍콩항공에 대해 '최후통첩'을 보내 오는 7일까지 자본을 확충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항공이 이에 실패할 경우 홍콩 정부는 이 회사의 영업허가를 중단하거나 취소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어온 홍콩항공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6월 초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자 승객 수 급감 등 경영이 더욱 악화했다.
지난 10월 홍콩을 찾은 외부 관광객은 33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7% 감소했다. 이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2003년 5월 이후 최악의 관광객 감소율이다.
이에 홍콩항공은 감원, 종업원 무급휴가, 근무시간 감축 등을 시행하고 기존 38개 운항 노선을 32개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자금난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3천500여 명의 임직원에게 줘야 할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공급업체에 줘야 할 돈을 지급하지 못해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마저 중단해야 했다.
홍콩 정부가 이날 '최후통첩'을 보낸 것은 홍콩항공의 자금난을 방치할 경우 항공업계 전체에 큰 파장이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위기 발생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홍콩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홍콩항공이 오는 7일까지 자본 확충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 회사의 대주주인 중국의 하이항(海航·HNA) 그룹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의 후유증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 그룹은 도이체방크 등 해외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사세를 키웠으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고위층 유착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 2017년부터 중국 당국의 감시망에 올랐다.
중국 당국이 은행 대출 등 돈줄을 죄자 HNA 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내몰렸고, 전 세계에 보유한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HNA 그룹이 지분 49%를 가진 프랑스의 저가 항공사 애글 아쥐르(Aigle Azur)가 파산하기도 했다.
2006년 설립된 홍콩항공은 주로 아시아, 북미 지역 운항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파산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저비용 항공사 '오아시스홍콩'의 파산 이후 11년 만에 파산하는 홍콩 항공사가 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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