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최소 208명 숨져" 주장…이란 국영방송 "폭도에 총격" 첫 인정
(서울·테헤란=연합뉴스) 현혜란 장재은 기자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이란 곳곳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려 런던을 방문해 이렇게 말하면서 "이란 정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명을 죽이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란 국민 수천 명은 단지 정부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사살됐다. 매우 끔찍한 일이다"라며 "전 세계가 이란의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약 한 주간 이어졌다. 이란 정부는 인터넷을 열흘간 완전히 차단했고, 정예군 혁명수비대가 강경 진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이란 당국은 인명피해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제앰네스티는 2일 이번 반정부 시위로 최소 208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만수레 밀스 앰네스티 이란 담당 연구원은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에 200명이 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봤다"며 "이는 1979년 이란이슬람공화국 수립 이후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란 사법부는 3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악의를 품은 집단들이 내놓고 있는 사망자 수치는 새빨간 거짓말이고 실제 통계는 그들의 발표와 심각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시위 과정에서 외부(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에 사주받은 폭도 일당이 군경, 무고한 시민을 살해했다"라며 "시위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이들은 혐의가 중하지 않으면 바로 석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테헤란의 경우 현재 불법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약 300명을 구금 중으로, 이들도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최대한 신속히 기소 또는 훈방할 것이다"라며 "이 가운데 대학생은 한 손에 셀 정도로 수가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국영방송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경의 발포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3일 보도했다.
국영방송은 이들 사망자가 비록 폭도였다고 규정했으나, 이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영방송이 발포에 따른 사망자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 방송은 폭도 사망을 네 가지로 분류하며 화기나 흉기로 무장하고 민감한 보안·군사시설을 공격한 경우를 우선 예로 들었다. 아울러 일부 지역에서 인질을 잡은 폭도들도 사살 대상이었다고 거론했다.
실제로 수도 테헤란 남부 소도시 샤흐레-고드스의 시장 레일라 바세기는 전날 관영지 이란보와 인터뷰에서 "군경 차원에서는 발포 명령이 없었지만 내 사무실로 시위대가 들이닥치면 발포하라고 개인적으로 지시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영방송은 또 이란 서남부 후제스탄주 마흐샤흐르에서 중화기에 가깝게 무장한 분리주의 집단에 맞서 보안군이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테헤란, 시라즈, 시르잔, 샤흐리아르 등지에서도 '폭도 일당'과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국영TV는 나머지 세 부류의 사망자들로는 행인, 보안군, 평화적 시위자를 들었으나 이들이 왜 죽었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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