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인터뷰…"韓日, 현실적 관점에서 협력해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4일 한일 간의 당면 현안 중 하나인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참여하는 '한미일 워킹그룹'을 가동하는 것이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이날 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좀 더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미일 워킹그룹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한일 간에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역사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양국은 북한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문제 외에 경제 문제에서도 현실적 관점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 "보수 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한국의 진보 정권과 사이좋게 지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문재인 정권은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양국 정부 차원에서 많은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연장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해야 할 일"이라며 "한일 양국의 군사정보 공유가 없게 되면 두 나라 안보정책의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북한, 중국, 러시아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연장은 잠정 조치로 협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많다"면서 양국 간 쟁점인 일본 수출규제 문제와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시곗바늘이 마침내 돌기 시작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역할이 미약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며 "(한일) 관계 악화의 발단은 위안부와 징용공 문제였는데 트럼프 정권은 이들 문제가 자신들이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7월이 돼서야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일 양국을 방문하는 등 정부 고위급 차원의 조정을 시작했지만, 더 빨리 대응했어야 했고, 대응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한일갈등 해결을 위한 미국의 대응이 지연된 배경으로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에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쏟고 있는 점을 들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한일 양국에 미군 주둔 경비 부담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등 돈만 따지고 동맹관계를 가볍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꼽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차 석좌는 "미국은 이전에 한일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보이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상기했다.
그는 그런 사례로 자신이 백악관에서 일했던 2006년 4월 일본 정부가 독도 주변에 측량선 파견을 추진하고 이에 반발하는 한국 정부가 경비정을 배치해 한일 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조성됐는데, 미국의 개입으로 일본이 측량선 파견 계획을 취소한 일이 있다면서 "작은 일이지만 이런 역할을 미국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차 석좌는 미국이 중요 동맹국 간의 관계를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패권 약화의 발단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중국은 그렇게 느끼고 있겠지만, 경제적 패권 국가로 중국에 대해 많은 나라가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미국의 새로운 정부나 2차 트럼프 정권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 중시 정책으로 돌아서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한국,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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