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킴 팔메, 페르 에케펠트 등 유럽 사회보장 전문가 방한
"4차 혁명·저출산·고령화로 사회지출 늘 수밖에"…보편적 복지 효용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등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선제로 대응하려면 사회보장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고 사회정책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유럽의 사회보장 석학·전문가들이 조언했다.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가, 조건적인 현금급여보다는 무조건적인 현금급여가 장기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복지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아킴 팔메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는 4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사회정책을 잘 이용하는 국가였으며,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사회정책을 더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메 교수는 스웨덴 복지위원회 의장 등을 지낸 사회보장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현대 복지국가의 모델로 여겨지는 스웨덴 복지체계를 완성한 스벤 올로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출산율이 낮은데 고령화가 겹쳤기 때문에 조세 부담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국민에게 부담이겠지만 늘어난 세수로 정책을 잘 펼치면 장기적으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출산율을 높여 장기적으로 세원을 늘리려면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며 "사교육은 활발한데 공교육은 부실해 자녀 교육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메 교수는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 논란에 대해서도 아동수당을 보편적으로 도입한 유럽 사례를 설명하며 "선별적 사회보장은 국민이 '기여하는 집단'과 '혜택받는 집단'으로 나누게 되고, 비수급자의 불만으로 급여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별적 복지를 위해 가계 자산 조사를 하게 되면, 노동을 통해 빈곤에서 빠져나오기보다 급여를 받고 빈곤 상태를 유지하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보편적 복지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크리스티나 베런트 국제노동기구(ILO) 사회정책 총괄역은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지출은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현금·현물 급여, 공공서비스 등을 복합적으로 결합해 사람들이 사회경제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페르 에케펠트 유럽위원회(EC) 공공재정 지속가능성 분과장도 "노인 인구 증가로 사회지출이 늘어나는데 저출산으로 세원이 줄어드는 '이중의 압박(double squeeze)'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정부가 사회지출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세원을 늘리는 정책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무조건적 현금급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가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야니크 반더보르트 세인트-루이스-브뤼셀대 교수는 "급여 사용에 조건을 걸면 조건을 통제하는데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실제로 정책의 대상이 돼야 하는 사람이 특정 조건에 걸려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정책은 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며 "조건적인 급여를 하면 수급자가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자유를 가지지 못하는데, 이는 사회의 기품을 저해해 유럽에서는 현금급여 사용에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메 교수 등은 5일 보건복지부가 '미래 환경 변화와 사회보장의 미래'를 주제로 주최하는 '2019 사회보장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중장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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