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측 결과 논문 발표…NASA "이제 시작일 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 최초 태양 탐사선 파커호가 강렬한 빛 속에 가려졌던 태양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파커 태양 탐사선은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태양 근접비행을 했으며, 태양에 2천500만㎞까지 접근한 첫 두 차례의 비행으로 얻은 자료를 토대로 첫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4편의 논문으로 실릴 파커호의 첫 관측 결과는 먼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이 논문들은 태양풍의 역동적 모습과 태양 주변의 먼지 없는 권역, 고에너지 입자 방출 등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거나 수십 년 된 가설을 확인해주는 것들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파커호는 내년 1월 말을 비롯해 앞으로 6년간 21차례 더 태양에 근접비행하며 616만㎞까지 접근해 태양의 속살까지 들여다봐 더 많은 결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양에 관한 연구는 지구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우주 기상 변화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현재 기술로는 인류가 탐사할 수 있는 유일한 별인 태양을 통해 우주의 은하를 채우고 있는 별의 생성과 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ASA 과학담당 책임자인 토마스 주부큰 부국장은 "파커호의 첫 자료는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태양을 드러냈다"면서 "파커호가 새로운 발견의 선봉에 서면서 헬리오 물리학의 믿기지 않는 흥미로운 시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NASA 헬리오 물리학 부문 책임자인 니콜라 폭스는 "태양은 우리가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별"이라면서 "태양에 다가가 얻은 자료들은 이미 우리 별과 우주 전체의 별에 대한 이해에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 태양 근처에서 확인된 역동적인 태양풍
태양에서 지속해 흘려보내는 하전 미립자 흐름인 태양풍은 지구에서 볼 때는 비교적 한결같은 흐름인 것 같지만 파커호가 태양 가까이서 관측한 태양풍은 이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풍은 자유롭게 떠다니는 입자들로 인해 전자기장을 갖는데, 파커호가 탐사선 주변의 전자기장을 조사하는 과학장비인 필즈(FIELDS)를 통해 확인한 결과, 태양풍 내 자기장의 방향이 갑자기 홱, 홱 바뀌는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를 '스위치백(switchback)'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런 갑작스러운 자기장의 방향 전환이 태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인 수성 궤도부터 몇초에서 수분에 걸쳐 매우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성 궤도 밖에서는 스위치백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파커호처럼 태양에 근접해 비행하지 않으면 감지할 수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파커호가 내년 1월 29일 태양에 더 근접해 비행하면 더 많은 스위치백을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구팀은 스위치백의 원인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를 비롯한 초기 관측 결과들은 태양풍을 가열하고 가속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초기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회전하는 태양풍
파커호는 '태양풍 전자 알파 및 양성자(SWEAP)' 측정 장비를 통해 태양의 자전이 태양풍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단서도 제공해 줬다.
지구에서 관측할 때 태양풍은 자전거 바큇살처럼 태양에서 방사상(放射狀) 형태로 나와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태양이 약 27일 주기로 자전해 태양의 광대한 대기 내 태양풍도 일정 지점까지는 태양을 따라 돌다가 직선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돼 왔다.
파커호는 약 3천200만㎞에 접근한 지점에서 태양의 자전과 태양풍 동조화를 처음 관측했다. 이런 동조화는 이전에 예측됐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진행되고 직선화도 순식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태양풍이 태양의 자전을 따라 돌다가 직선화하는 지점은 태양 자전의 둔화 시점에 대한 이해를 넓혀 태양의 역사를 밝히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태양풍 속의 먼지
파커호는 태양에서 약 1천120만㎞ 떨어진 곳에서 먼지가 감소하는 첫 증거를 확인했다. 이는 우주에 가득한 먼지가 태양 주변에서는 고열로 가스로 바뀌면서 먼지 없는 곳을 형성한다는 가설을 거의 100년 만에 입증하는 것이다.
파커호는 광시야 이미지 장비인 WISPR을 통해 이를 확인했으며, 당시 위치에서 측정 한계였던 640만㎞까지 먼지가 계속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먼지가 줄어든 속도를 고려할 때 300만~500만㎞에서는 먼지가 전혀 없는 곳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 9월로 예정된 파커호의 6번째 근접비행 때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 주변의 먼지 없는 권역에서 기화된 먼지는 태양풍에 섞여 우주로 퍼지게 된다.
<YNAPHOTO path='AKR20191205126100009_07_i.jpg' id='AKR20191205126100009_0701' title='파커 태양탐사선 비행궤도 ' caption='[NASA/JHAPL 제공] '/>
◇ 우주기상 변화의 원인 고에너지 입자
태양은 전자와 이온 등 작은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방출하며 고에너지 입자 폭풍을 일으킨다. 이런 고에너지 입자 폭풍은 불과 30분 만에 지구까지 도착해 우주비행사와 위성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앞으로 자세히 연구돼야 할 분야다.
파커호는 고에너지 입자 측정 장비인 이시스(ISIS) 통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여러 건의 고에너지 입자 방출을 관측했다. 이런 방출은 너무 작아 흔적이 지구나 주변 위성에까지 도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시스는 또 무거운 원소가 특히 많이 포함된 드문 형태의 입자 폭발 현상도 관측했는데, 이는 과학자들이 생각해온 것보다 고에너지 입자 방출이 더 잦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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