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 주최 도쿄포럼서 '입담 대결'…"새로운 도전 계속"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저는 'CEO', 다시 말해 최고교육책임자(Chief Education Officer)였죠."(마윈)
"200보를 가기 위한 첫걸음을 뗀 수준이에요. 저는 성취자가 아닌 여전한 도전자입니다."(손정의)
억만장자 기업가인 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그룹 공동창업자와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유쾌한 대화를 선보였다.
6일 오후 최종현학술원이 도쿄대 혼고(本鄕)캠퍼스에서 도쿄대와 공동개최한 제1회 도쿄포럼에 마련된 특별대담 프로그램에서다.
앵커인 고타니 마오코(小谷眞生子) 씨의 사회로 약 1시간 이어진 대담에서 마 창업자와 손 회장은 도쿄대 학생들을 앞에 두고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가벼운 얘기부터 시작해 기업가로서의 사회적 책임 등 무거운 주제까지 익살을 섞어 가며 풀어놓았다.
손 회장은 마 창업자를 처음 만난 것이 2000년 중국에 갔을 때라고 했다.
당시는 일본의 인터넷 버블이 정점에 달한 상황이었고, 중국에선 인터넷 시대가 막 열리던 초기였는데, 다음에 갈 곳이 중국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손 회장의 회고다.
손 회장은 중국에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던 중 마 창업자가 돈만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어 사업 계획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알리바바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마 창업자는 "우리는 돈만 얘기하지 않았다"고 맞장구친 뒤 "같은 비전과 철학을 공유했다. 그것이 친구 아닌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손 회장은 당시 우리가 사는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집중적으로 얘기했다고 했고, 마 창업자는 "그는 미래를 믿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얘기하면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잭(마윈 창업자)이 가장 잘하는 것은 사람과 관련된 일이에요. 그는 프로그래밍이나 수학이나 법률은 잘 모릅니다. 그에게 그런 세부적인 과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죠. 각 분야에는 많은 전문가 있습니다."
손 회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 창업자는 가장 뛰어난 사람을 데려오는 능력이 있다고 추어올렸다.
이에 대해 마 창업자는 "가장 중요한 생산품은 사람"이라며 직원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좋은 상품도 안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상품은 결국 사람이고, 직원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서 자신은 '최고교육책임자'(CEO)였다고 익살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마 창업자는 알리바바에서는 주주가 '넘버 쓰리'(NO 3)라고 했다.
첫 번째 위치인 넘버원은 고객, 넘버투는 종업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투자자가 그 얘기를 듣고 우리는 투자 못 한다고 해서 그러면 주식을 팔아라"라고 대꾸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마 창업자는 "고객은 돈을 주고, 종업원은 그걸 창출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서로를 평가해 달라는 사회자 질문에 마 창업자는 "우리는 모두 늙어 간다"고 농담을 던진 뒤 미래에 대한 정열과 신념이 있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잭은 절대로 변하지 않고, 돈을 좇지도 않는다"며 늘 새로운 '미션'(과업)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세계를 계속 변화시키기 위해 젊은이를 키우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손 회장이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 창업자는 낙관적인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를 믿지 않으면 기업가가 아니다"라면서 "기업가는 낙관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을 경영하다가 보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매일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손 회장은 젊은이들을 향해 "미래를 믿어야 한다"면서 돈에 구애받는 삶을 살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도 했다.
꿈을 좇게 되면 돈은 부수적으로 쫓아오는 존재라는 얘기다.
마 창업자는 이 대목에서 "너무 많은 돈을 갖게 되면 실수한다"면서 "더 많은 돈을 소유한다는 것은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0만 달러는 우리의 돈이지만 10억 달러는 돈이 아니다"라며 "많은 부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사업 구상에 대해 손 회장은 "AI(인공지능) 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더 많은 투자를 준비할 계획"이라며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사람을 돕고 하는 일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잭은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이 있지만 나는 기술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둔다"며 "새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볼 때 너무 흥분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마 창업자는 "(나는) 알리바바 인텔리전스라고 하는 AI에 빠져 있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 분야에 계속 관심을 갖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기술은 문제도 야기하지만 많은 것을 인간에게 가져다준다"며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마 창업자는 "100년 전에는 잘 기억하고 잘 계산하는 것이 교육이었는데, 지금은 컴퓨터가 그 일을 한다"며 창조적, 건설적,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교육체계를 바꿔야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일본 학교 교실은 조용하고 필기만 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소통하고 토론하는 방향으로 교육 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마 창업자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했다.
마 창업자는 "많은 사람이 구글링하지만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최고의 대학'이라고 했다.
"호기심을 갖고 계속 배워야 해요. 사람은 배우도록 태어났어요. 구글링에만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최고의 선생은 실수"라며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마 창업자는 "할아버지 시대에는 하루 18시간을 일해도 바빴지만, 지금은 하루 3시간을 일하고도 매우 바쁘다고 한다"면서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일하는 시대'에서 '인생을 즐기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쉽게 만드는 것이 기술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현재의 처지에 대해 손 회장은 "아직 이룬 게 없고, 이제 시작 단계"라고 자평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기준으로 보면 200보를 가기 위한 첫걸음을 뗀 수준으로, 성취자가 아닌 여전한 도전자라는 것이다.
손 회장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으로 일본 메이지(明治) 유신의 토대를 놓은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6∼1867)를 그린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1923∼1996)의 장편소설 '료마가 간다'를 들었다.
그는 그 책을 여러 번 읽었는데, 그때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는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곱씹었다고 했다.
마 창업자도 "나도 이룬 게 없다. 정복한 게 없는 상황에서 55년을 보냈다"며 세상을 떠날 때 '잘산 인생'이라고 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본인을 위한 인생이 아니라 다른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을 위한 삶으로 새로운 막을 열고 싶다고 했다.
마 창업자는 "내 나이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며 '롤 모델'은 결국 자신이 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오래가는 기업의 요소로 마 창업자는 "수백년 지속하는 두 사례가 있는데, 교회와 대학"이라며 "공통점은 위대한 지도자, 사람들, 그리고 책(문화)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마 창업자와 손 회장은 대담 말미에 젊은 대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큰 믿음을 가지세요. 정열을 키우세요. 더 강한 정열은 더 많은 성취로 이어집니다."(손정의)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세요. 불평하지 말고요."(마윈)
두 사람의 유쾌한 대담이 진행되는 약 1시간 동안 1천여 석의 자리를 거의 메운 청중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수시로 폭소를 터뜨리며 공감을 표시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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