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정권, 정적 살해 연상케하는 옷 판매…논란 일자 사이트서 제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칠레 군부독재정권 희생자를 희화화하는 티셔츠를 판매하다 논란이 일자 판매를 중단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까지 과거 칠레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의 정적(政敵) 살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담긴 티셔츠를 판매했다.
헬리콥터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그림과 함께 '한번 탈래?'라는 문구가 담긴 티셔츠나 피노체트의 얼굴과 함께 '공짜 헬리콥터 탑승', '피노체트의 헬리콥터 투어' 등이 적힌 티셔츠도 있었다.
헬리콥터 그림 위에 '반공 행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셔츠의 판매 페이지엔 "애국자나 트럼프 지지자, 보수, 공화당원 등을 위한 완벽한 선물"이라는 설명도 적혀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피노체트 정권이 정적을 헬리콥터에 태워 사망하게 했던 이른바 '죽음의 비행'을 희화화한 것들이었다.
1973년 군부 쿠데타 이후 1990년까지 이어진 피노체트 독재 정권 시절 칠레에선 좌파 인사나 학생, 시민운동가 등 3천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권에 붙잡혀 고문을 당한 이들도 수만 명에 달한다.
지난 2001년 리카르도 라고스 당시 칠레 대통령은 피노체트 정권이 120명을 헬리콥터에 태운 뒤 강과 호수, 바다에 떨어뜨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역시 군부독재를 겪은 이웃 아르헨티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독재정권의 정적 살해 방식은 미국 극우들의 패러디 소재로 자주 쓰였다. 미 극우 사이트에는 민주당 인사들을 헬리콥터에서 떨어뜨리는 이미지들도 등장했다.
2017년 미국 극우주의자들의 집회에 한 참가자가 헬리콥터에서 추락하는 사람 그림이 담긴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칠레 작가 디아멜라 엘티트는 이들 티셔츠 판매에 대해 가디언에 "사람들이 산 채로 헬기에서 바다로 던져지던 시대를 견딘 나 같은 사람들에겐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마음 아픈 일이고 극도로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가디언 기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아마존은 곧바로 티셔츠 판매를 중단했다.
아마존은 가디언에 "모든 판매자는 우리의 판매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며 "해당 제품은 현재 사이트에서 제거됐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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