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행사서 '우크라 의혹' 제기에 거친 역공…'노인 폄하' 발언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말실수로 자주 구설에 오르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번에는 대선 주자답지 않게 유권자를 거칠게 공격했다. 자신이 70대 후반이면서도 고령 유권자를 깎아내리는 발언도 쏟아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5일(미국중부 현지시간) 아이오와주(州) 뉴햄프턴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바이든 부자(父子)의 '우크라이나 의혹'과 자신의 나이에 의문을 표하는 참석자에게 격렬하게 반응했다고 MSNBC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자신을 '83세 은퇴 농부'라고 밝힌 한 남성 참석자는 "당신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과의 연줄을 팔아먹고 있는 것"이라고 바이든을 공격했다.
이 참석자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심판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전 부통령도 사적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바이든 부자의 우크라이나 의혹은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 가스 기업의 이사로 재임했고, 바이든이 아들에게 이롭도록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부패 의혹'을 가리킨다.
그는 바이든이 군 통수권자가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라고도 했다.
참석자의 발언에 발끈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당신은 짜증 나는 거짓말쟁이(a damn liar)"라고 즉시 쏘아붙이며, "그건 사실이 아니며,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다. 아무도 그걸 입증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 후보라는 지적과 관련, 바이든은 팔굽혀펴기나 달리기, 아이큐 검사로 자신과 대결을 해보자고 상대방을 몰아세웠다.
그 참석자가 MSNBC 뉴스에서 의혹을 들었다고 말하자 바이든은 "당신은 그 얘기를 MSNBC에서 들은 게 아니다. 그런 얘기를 아예 들은 적이 없다"며 "아무도 내 아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또 "당신은 내가 아들을 석유회사에서 일하게 했다고 말하는 것 아니냐? 분명하게 말하라"고 다그쳤다.
그 참석자도 물러서지 않고 "당신이 트럼프보다 더 중심이 바로 선 사람인 것 같지 않다"며 "어쨌든 (내년 2월 민주당 아이오와 경선에서) 당신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흥분한 바이든은 "내가 당신의 표를 기대했다고 여기나 본데, 당신은 늙어빠져서 나한테 표를 주지 않는다"며 말 폭탄을 쏟아냈다. 하지만, 바이든 본인도 77세로 젊은 나이가 아니다.
두 사람의 설전을 목격한 참석자 일부는 바이든이 그 남성을 '뚱뚱하다'(fat)고 말해 외모까지 비하했다고 전했으나 바이든 캠프의 참모는 '사실'(facts)이라는 단어를 잘못 들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이든은 부통령 재임 시절부터 경솔하거나 부적절한 말로 꾸준하게 지적을 받았다.
이날 해프닝은 바이든의 약점인 고령과 '우크라이나 의혹' 이슈를 그대로 드러냈으며, 대선 주자로서 공격에 대응하는 방식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CNN 등 일부 매체는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로서 유약한 면모에 우려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투사 기질을 보여주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