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통과 안 돼도 과세 근거 만들기로
양도소득·기타소득 적용 '저울질'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정부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이른바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에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가 세법까지 손질하면 그간 논의만 무성했던 가상자산 과세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 소득세 과세 방침을 정하고 내년 세법 개정안에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담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담는 것을 목표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과세 근거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특금법이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된 데다가 정부도 내년 안에 과세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가상자산 과세가 한층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특금법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경과 시점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특금법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가상자산 과세 근거를 만들어 세법 개정안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에 따라 과세 방안을 논의해왔다"며 "특금법이 통과돼야 실효성이 있겠지만, 통과되지 않더라도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과세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를 위해서는 우선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인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금은 열거주의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을 세법상 소득범위 안에 추가해야 과세가 가능하다.
가상자산에 대한 보다 명확한 분류도 이뤄져야 한다.
가상자산은 그간 통화냐 자산이냐는 정체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해외에서도 제각기 가상자산을 달리 구분하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에서 공식 명칭을 가상자산으로 쓰면서 논란이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큰 틀의 정의만 이뤄진 상황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얻는 소득을 양도소득으로 볼지 기타소득으로 분류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주식, 부동산 등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의 범위에 포함할 경우 과세 근거자료 확보를 위해 각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모두 받아야 하는 데다가 기준시가도 산정해야 한다.
특금법 개정안에서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고객 확인 및 이용자별 거래 내역 분리 의무를 부과한 만큼 개정안이 시행되면 거래 내역 확보는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주식과는 달리 거래소별로 시세가 조금씩 다른 가상자산의 특성상 기준시가 산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여전히 검토 중이다.
기타소득은 상금이나 복권 당첨금, 원고료, 사례금 등을 아우른다.
건건이 부과하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기타소득은 종합소득에 속하기 때문에 과세할 경우 1년간 얻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소득 등을 모두 합쳐 연 1회 부과한다.
정부 관계자는 "과세 방침만 정해졌고 양도소득과 기타소득 중에 어떤 것을 택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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