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6개월] ② 장기화 배경엔 '일국양제' 앞세운 中 '철권통치'

입력 2019-12-08 12:00   수정 2019-12-09 19:29

[홍콩시위 6개월] ② 장기화 배경엔 '일국양제' 앞세운 中 '철권통치'
홍콩에 대한 '강압적 중국화' 정책, 송환법 반대 시위 불러
본토 민주화 확산 우려에 '무력진압' 협박 등 강경대응 일관
민주파 선거 압승에도 '유화책' 안 내놔…시위 사태 해결 요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가 9일 만 6개월을 맞을 정도로 장기화하는 배경에는 바로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에 대한 '철권통치' 가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촉발한 원인 자체가 중국의 홍콩에 대한 '강압적 중국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있지만, 중국 중앙정부는 이를 인정하기는커녕 '무력개입' 운운하며 홍콩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범민주 진영의 11월 24일 구의원 선거 압승에도 이러한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어 당분간 홍콩 시위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 '강압적 중국화'에 대한 반발로 촉발
지난 6월 9일 100만 시위로 시작된 홍콩 시위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에 대한 반발이 표면적 원인이지만, 그 배경에는 '강압적 중국화'를 밀어붙인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깔려있다.
2014년 홍콩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인 '우산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후 중국 정부는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해 강경 일변도의 대홍콩 정책을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지도부에는 공공소란죄 등의 명목으로 징역형이 선고됐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당은 강제로 해산됐다. 정치적 이유로 정당이 해산되기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모욕적인 행동을 하거나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실형 등에 처할 수 있는 '국가법'(國歌法)마저 추진됐다.
나아가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독립 성향을 가진 야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잇달아 박탈하기도 했다.
차이야오창(蔡耀昌)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부주석은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억누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려온 홍콩인으로서 이는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강압적 중국화 정책에 대한 반감에 더해 중국 본토에서 밀려들어 온 사람들이 홍콩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홍콩인들의 일자리마저 빼앗는다는 사회적 박탈감마저 커지면서 마침내 홍콩 시위 사태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中, 유화책은커녕 '무력개입' 운운하며 사태 되레 키워
홍콩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을 사실상 중국 중앙정부가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홍콩 시위에 대해 중국 중앙정부가 어떤 정책 기조를 취하느냐에 따라 시위대 요구에 대한 홍콩 정부와 경찰의 대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핵심 열쇠는 중국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치를 내건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시행의 모범 사례로 만들어 대만 통일까지 이어가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시위가 '강압적 중국화'에서 비롯됐다는 홍콩 안팎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 사태가 더욱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홍콩 시위대가 중국 국가 휘장을 훼손하는 등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자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과 이웃한 광둥성 선전에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 등을 집결시키고 '무력 투입' 가능성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시위대의 분노를 더욱 키웠고, 이후 중국계 기업이나 은행 점포 등에 대한 시위대의 공격은 더욱 빈번해졌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 중앙정부에 송환법 공식 철회를 '호소'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지만, 송환법 철회가 공식 선언된 것은 시위 사태 발발 후 3개월이나 지난 9월 4일에야 이뤄졌다.
더구나 홍콩 내 친중파 진영마저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요구는 철저하게 무시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이는 시위대가 물러설 명분을 주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홍콩 사태를 홍콩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신장 위구르나 티베트처럼 중국 내 소수민족 갈등이나 분리주의 운동이 일어나는 곳과 결합해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문제에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신장 위구르나 티베트 등 다른 '민감한' 지역에서 잇따라 물러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므로 홍콩 시위에 철저하게 강경 대응한다는 얘기이다.
더구나 홍콩 시위가 중국 본토의 민주화 요구나 시위, 파업 등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생각도 이러한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고집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파 선거 압승했지만, 中 자세 '불변'…시위 사태 해결 요원
지난달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총 452석 중 388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자 일부에서는 중국 중앙정부가 달라진 정치 지형을 고려해 '유화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선거 후 2주일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러한 홍콩인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오는 1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가 나온 것은 시위 강경 진압책을 밀어붙여온 람 장관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뜻한다.
강경파인 홍콩 경찰 총수 크리스 탕이 지난 6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의 최측근인 자오커즈(趙克志) 중국 공안부장을 만나 '조속한 혼란 제압과 질서 회복'을 지시받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러한 정책 노선는 지난 10월 말 열린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때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 행사'를 결정할 당시 이미 채택된 것으로, 이후 정책 기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중국 중앙정부는 범민주 진영의 선거 압승에도 시위대 요구 수용보다 강경대응에 나서고, 시위대도 물러설 명분을 찾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 홍콩 시위 사태의 대치국면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시위대는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계속 요구하고 있으나, 홍콩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시위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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