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괴한들 광장서 총기난사·흉기공격…"25명 숨지고 130여명 부상"
시위대 지지하는 종교지도자 알사드르 집 피격 "내전 우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이라크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흉기로 공격해 20여명이 숨졌다. 이어 의회 최대 계파 수장의 집을 노린 폭격까지 벌어져 정정 불안이 급격히 고조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슬람 휴일인 6일(현지시간) 오후 8시께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 있는 킬라니 광장에 무장한 괴한들을 태운 픽업트럭 4대 등 차량 행렬이 총성과 함께 들이닥쳤다.
이들은 시위대와 진압 병력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흉기를 휘둘렀다.
이어 시위대가 점거한 주차빌딩에 불을 지른 후 현장을 벗어났다.
이로 인해 시위대와 경찰 등 25명이 숨지고 130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찰과 의료인력의 발언을 종합해 23명이 죽고 127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등을 취재한 사진 기자 아메드 메하나가 이날 취재 중 흉기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외신은 이날 한자리에서 20여명이 숨진 총기난사와 흉기 공격을 '학살'로 표현했다.
7일 바그다드 타흐리르 광장에는 대규모 군중이 운집해 시위대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결연히 시위를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사망자 다수는 시아파 성직자로 이라크의회 최대 계파 '사이룬'을 이끄는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민병대 조직, '사라야 알살렘'(평화 여단), 속칭 '푸른 모자'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시위 현장 여러 곳에서 흉기 공격이 벌어진 후 킬라니 광장에서 시위대를 보호하는 경비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장괴한의 공격 몇 시간 후 나자프에 있는 사드르의 자택도 무인기 폭격을 받았다.
마침 이란을 방문한 사드르는 드론 폭격을 피했으며, 건물 외부 일부만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에 사드르는 사임한 압둘-마흐디 총리 정부를 지지했으나 시위대 지지로 돌아선 인사다.
사드르의 대변인 살라 알오베이디는 AFP통신에 "이는 명백한 공격으로, 이라크에 전쟁, 아마도 내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최근 이라크 시위 현장에서는 시위대를 향한 총격과 흉기 공격이 잇따랐다.
시위대를 향한 총격의 주체는 지금까지 군경이나 민병대 조직이었지만, 이날 총격은 시위대와 경찰을 가리지 않고 이뤄져 배후나 동기를 파악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르함 살레 이라크 대통령은 "범죄자의 신원을 밝혀내 정의의 심판을 해야한다"고 수사 당국에 주문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어떻게 중무장한 괴한들이 차량 행렬을 이룬 채 바그다드의 여러 검문소를 통과해 시위 현장에서 살육을 자행할 수 있었는지 심각한 의문이 생긴다"면서 이번 공격의 배경에 강한 비호세력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라크 보안 조직 체계는 군과 여러 경찰 부대 외에 친(親)이란 성향의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샤비'까지 복잡하게 구성됐다.
AFP 통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초 시작한 이라크 반정부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지금까지 450명이 숨지고 2만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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