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만 6개월…선거 후 첫 대규모 집회에 수십만 모여(종합)

입력 2019-12-08 20:10   수정 2019-12-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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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만 6개월…선거 후 첫 대규모 집회에 수십만 모여(종합)
'세계 인권의 날' 기념·과기대생 사망 한 달 맞아 인파 운집
평화시위 여부 주목…주최 측 "홍콩, 대재앙과 같은 인도주의 위기"
경찰 "폭력 발생하면 개입" 경고…시위대 11명 체포하고 권총 압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9일로 만 6개월을 맞는 가운데 8일 홍콩 도심에서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 주최로 이날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참여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홍콩 시민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시위 등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이다.
이들은 빅토리아 공원에서의 집회 이후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홍콩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경찰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을 지나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까지 행진했다.
홍콩시민 80만명 다시 거리로…검은 옷의 물결로 뒤덮여 / 연합뉴스 (Yonhapnews)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21일 시위 이후 폭력 사태가 우려된다며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대규모 행진을 불허했으나, 이날 집회와 행진은 4개월여 만에 허가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둔 후 달라진 정치 지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는 구의원 선거 후 개최된 첫 대규모 집회이다.



이날 집회는 유엔이 정한 세계 인권의 날(10일)을 기념해 열렸지만, 홍콩 시위대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9일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만 6개월이 되는 9일을 앞둔 날이면서 동시에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달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씨의 사망 한 달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빅토리아 공원에 모인 홍콩 시민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광복 홍콩 시대 혁명", "폭력 경찰 해체하라", "홍콩인이여 복수하자"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홍콩은 지금 대재앙과 같은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홍콩인들이 오늘 거리에 나온 것은 전 세계에 우리가 정부와 경찰의 탄압에 겁먹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집회와 행진을 허가하면서도 주최 측에 엄격한 조건을 붙인 평화 시위를 요구했다.
행진은 주최 측이 시작 시각과 경로에 대한 경찰 지침을 지켜야 하며, 경찰은 공공질서 위협이 있으면 중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주최 측의 행사 중 모금 활동도 금지됐다.
또한, 이번 시위를 오후 10시까지는 끝내야 하고, 참가자들이 누구도 위협해서는 안 되며, 홍콩 깃발이나 중국 오성홍기를 모욕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찰은 요구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우려가 있지만 지미 샴 대표는 "경찰이 참가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면 집회와 행진이 평화적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만약 시위가 끝까지 평화롭게 치러질 경우 그동안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폭력으로 얼룩졌던 홍콩 시위는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폭력 사태의 지속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시 전역에 걸친 일제 단속과 검거 작전을 통해 지난 10월 20일 몽콕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 등으로 수배된 시위대 11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갖고 있던 총기 등을 압수했다.
6개월간 이어진 홍콩 시위에서 시위대가 소지한 총기가 압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체포된 시위대는 남자 8명과 여자 3명 등으로, 연령대는 20세부터 63세까지 걸쳐있었다. 직업도 학생, 회사원, 실업자 등으로 다양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반자동 권총과 탄창 5개, 탄알 105발, 단도 3자루, 방탄조끼 2벌, 최루 스프레이, 곤봉 9개, 폭죽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이날 시위 때 혼란을 조성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에게 총격을 가하거나, 무고한 시민에게 총격을 가한 후 그 책임을 경찰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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