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 "초중고서 번체 가르쳐야"…교육부 거부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수십년간 간체(簡體) 한자를 써온 중국에서 번체(繁體) 한자도 교육할 필요성을 놓고 오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초중고에서 번체를 교육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번체 교육론은 향후에도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전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학교에서 번체 읽고 쓰기를 가르쳐야 한다는 건의가 나왔다.
간체자는 한자 본래의 뜻을 온전히 전달하기 힘들며, 한자의 예술적 아름다움과 규칙성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사랑 '애'(愛)의 간체자에는 마음 '심'(心)자가 들어있지 않은 것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7일 웹사이트에서 "학교 교육은 법에 따라 규범 한자를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정협 건의를 거부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9일 전했다.
한자는 지난 3천년간 복잡한 형태에서 간단한 모양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이 교육부가 내세운 논리다. 일찍이 갑골문과 금문(청동기에 새긴 글씨)에도 간체 형식이 있었으며, 남북조 시대 이후 해서, 초서, 행서에서도 간체자가 만들어졌다고 교육부는 덧붙였다.
아울러 교육부는 "문자는 문화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문자는 문화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정협 건의에는 간체자만 배우면 중국의 전통 시문을 읽을 수 없으며, 이는 중국 역사와 문화의 전승에 해가 된다고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중국어가 오랜 기간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번체자를 아는 사람이라도 고대 중국어와 문화 지식 등을 학습하지 않으면 고전 시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 교육에는 고전 읽기나 서예 교육에서 번체자 관련 교육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교육과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수십년간 지속해온 국가정책을 덜컥 바꾸기는 어렵다면서 번체자 교육은 교육과정과 다른 많은 보조 정책이 바뀌어야 하므로 큰 프로젝트라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학교 외에도 번체자를 배울 자원과 기회는 많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많은 젊은층이 번체 자막이 있는 홍콩과 대만의 TV 드라마를 보며 번체자를 익힌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번체자로 된 글을 읽을 때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또는 '어려움이 있지만, 추측으로 대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59%였으며 '어려움이 많다'는 응답자는 41%였다.
중국 학교에서 번체자를 교육해야 한다는 건의는 여러 차례 나왔다.
2015년에는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으로 정협 위원인 펑샤오강(馮小剛)도 번체자 학교 교육을 건의했다.
중국 본토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이후 문맹 타파를 위해 1956년 한자 간체화 방안을 내놓고 간체자 쓰기 운동을 시작해 1964년 간체자 총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만과 홍콩, 일부 해외의 중화권 사회에서는 번체자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이용자들은 번체자 학교 교육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다양하게 내놨다.
한 이용자는 "번체자는 말도 마라. (스마트폰에서) 병음을 입력해서 글씨를 쓰다 보니 간체자까지 잊어버리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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